2016. 6. 26. 02:15ㆍ범죄의 기억
군대 제대 후 집에서 잠시 쉴 때 일이다.
원래 아는 형 따라서 술 배달을 했었는데 실수로 다쳐서
집에서 쉬게 되었다.
그런데 그 형이 날 마음에 들어 해서 다 나으면 또 같이 하자고 자주 이야기했었다.
거의 다 나아갈 즈음
그 형이 다시 찾아왔었다.
지금 같이 일하는 사람이 맘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나으면 같이 일하자고 말을 했다.
그러나 그즈음 나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거절을 했다.
그렇게 형이 삼고초려하듯 찾아오길 수십 번
어느 날 그 형 말고 동내 친한A형이 급하게 와서 하는 말이
"야 너 그 소식 들었냐? XXX(나한테 찾아오던 술 배달 하던 형) 죽었어!"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
"아까 오전에 언덕에서 사고가 났나 봐
지금 시체 건졌는데 머리가 없대!"
순간 온몸에서 소름이 돋았다.
너무 놀라서 그 형이랑 바로 시체가 안치된 병원으로 달려갔다.
가서 들었는데 XXX형은 술에 취해서 보조석에서 안전벨트도
안 하고 자고 있었고 운전하던 신입형도 같이 술을 마신 체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언덕길에서 하필 브레이크가 터져버렸던 것이다.
XXX형이랑 같이 배달일 할때도 차가 오래되서
브레이크가 간당간당 했었다.
고장나서 고치기도 했었는데 차가 이미 30만 키로가 넘어서
수리하시는 사장님 말로도 왠만하면 차 바꾸는게 좋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그래서 제동이 안되는 차를 술 먹은 신입형이
제대로 컨트롤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바로 언덕에서 강으로 떨어졌다.
보조석에서 자고 있던 XXX형은 안전벨트를 안 하고 있어서
바로 창밖으로 튕겨져 나가벼렸다.
그래서 차 앞으로 떨어지면서 차바퀴에 목이 잘려 버린 것이다.
강에 떨어진 차는 XXX형과 함께 가라앉았고
신입형은 가까스로 탈출해서 수영을 해서 강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A형이 나한테 왔을때는 잠수부들이 시체는 건졌는데
목을 못찾고 있었을 때 였다.
신입형은 탈출해서 저체온증에 부들부들 떨다가 구조되서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형의 시체는 시체보관소에 안지되어 있었다.
병원에 와서 좌초지종을 듣는데 현장에서 소식이 들려왔다.
XXX형의 얼굴을 찾은 것이다.
차사고가 난 지점에서 얼마 안떨어진 장소에서 발견 됬다고 했다.
어제까지 내 방에 와서 같이 일하자고 했던 XXX형이
이제는 이세상에 없다는 생각에 너무 무서웠다.
솔찍히 어제 XXX형이 나에게 왔을때 같이 다시 일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나 한번 튕길겸 거절 했었는데
오늘 사고가 난 것이다.
만약 어제 거절을 안 했다면 오늘 내가 사고가 났을 것이다.
솔찍히 너무 소름 돋았다.
운전을 했던 신입형은 음주측정에서 알콜수치가 면허 취소수준으로 나와서
과실로 결국 구속이 되었다.
6개월 형 받아서 충주교도소에 수감 됬다고 한다.
그렇게 이 일을 잊고 지내다 6개월 후
서울에 가기 위해 터미널에 들렸는데 그때
벤치에 앉아있던 신입 형을 봤다.
진짜 세상 다 산 사람의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오늘 출소를 한 거 같았다.
그 형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나 그 신입 형은 개미만 한 목소리로 아는 척을 하고는
다시 시체처럼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나는 버스를 타러 가면서 생각했다.
만약 내가 그때 XXX형을 따라갔다면
저기 앉아있을 사람은 저형이 아닌 내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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