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왠 뱀?

2016. 6. 23. 19:18범죄의 기억

 

지인분의 추천으로 건설 현장에서 직영으로 아르바이트할 때

처음에는 서울에서 출퇴근을 했는데 집이 신림동인데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낙천대까지 6시까지 가려니 너무 힘들어서

근처 고시텔을 잡아서 밥은 현장에서 먹고 끝나면 고시텔 가서 씻는 식으로

해결을 했다.

 

 

 

 

 

원래는 고시원을 잡으려고 했는데 근방의 막노동 꾼들은 다 모였는지

방이 없어서 비싼 고시텔을 잡게 되었다.

방 구조가 3평 남짓한 공간에 침대와 장롱 그리고 책상과 냉장고 이렇게 있고

방안에 화장실이 같이 있다.

요즘 새로 짓고 있는 아파트들 일반 집의 샤워실 크기에 샤워시설과 변기가 있다.

방안에 모든 게 다 있는 셈이다.

 

 

 

 

 

다행히 외벽 방이라 창문도 있고 실내가 아니라 외부로 창문이 뚫려서 환기도 된다.

하여간에 각설하고 그날도 막노동 뛰고 온몸이 땀에 젖은 상태에서

오줌이 너무 마려워서 방에 가서 싸려고 달려왔다.

겨우 문을 열고 혁대를 풀면서 샤워장 유리문을 여는데

변기 뚜껑 밑에 뭔가 똥색 밧줄 같은 게 있었다.

처음에는 변기가 작아서 똥이 묻었나 해서 샤워기로 물 틀고 뿌리면서

변기 뚜껑을 여는데 이 ㅅㅂ 이 밧줄 같았던 게 고개를 드는 것이다.

 

 

 

 

 

 

 

 

제대로 보니까 뱀이었다.

너무 놀라서 오줌이고 나발이고 바로 샤워장 문 닫고 문 밖으로 달려 나왔다.

너무 놀라서 말도 안 나왔다 진짜.

아니 여기가 시골이었으면 그럴 수도 있겠는데

무슨 서울 하늘 아래 변기에서 뱀이 나오는지 진짜.

집 지키는 뱀도 아니고 말이다.

 

 

 

 

 

일딴 총무실로 달려가서 총무님 깨우고 같이 바로 방으로 왔다.

너무 급해서 방문도 안 잠그고열어둔 채로 뛰어나와서

총무랑 같이 도착해보니 방문이 그냥 열려있었다.

그래서 방안을 봤는데 분명 샤워장 문을 닫았다고 생각했는데

닫는 충격에 다시 문이 열려버린 것이다.

ㅅㅂ 오마이 갓

 

 

 

 

 

그래서 다시 대걸레 마대 가져와서 문밖에서 샤워장 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마대자루로 변기커버를 열었는데 뱀이 없는 것이다.

그때 총무님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가리키는데 책상 밑에 그 똥색 뱀이 있는 것이다.

둘 다 놀라서 도망갔는데 서로 맨붕이라 ㅄ같이 밖에서 발만 구르고 있었다.

근데 내가 너무 오줌이 급해서 일딴 총무님한테

 

 

 

 

 

"저 총무님 급해서 그런데 방 화장실 좀 써도 될까요? 일딴 총무님이 좀 지켜봐 주세요. 금방 다녀올게요."




라고 물어봤더니 자기 방 키 주면서 빨리 싸고 오라고 했다.

그래서 총무님한테 소방서에 신고 좀 해달라고 하고 빨리 총무님 방에 가서 소변을 누고 나왔다.

나와서 다시 내방으로 올라가 보니 사람들이 내방 근처에 모여서 뱀 구경들 하고 있었다.

 

 

 

 

 

그중에 용감한 아저씨 한 명이 잡아보겠다고 마대자루로 쿡쿡 찌르는데 진짜

속으로 아 제발 못 잡을 거면 건들지 좀 말아요라고 빌었다.

근데 뱀이 놀랬는지 침대 쪽으로 빠르게 팔자로 이동했다.

ㅅㅂ 미친 영감탱이 아 놔 진짜

짜증 폭발해서 아저씨고 나발이고 바로 욕하고 나오라고 소리쳤다.

근데 아니라고 자기 고향에서 뱀 많이 잡았다고 잡을 수 있다고 박박 우기는 것이다.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라 바로 끌고 나왔다.

그래도 저 아저씨가 건들기 전까지는 보였는데 이제는 침대 밑으로 숨어서 보이지도 않는다 ㅠㅠ

 

 

 

 

 

결국 소방서에서 소방관 아저씨들이 와서 보호장갑 착용하고 집게 들고 와서

침대 밑이랑 장롱 뒤져서 찾아냈다.

망할 영감탱이 진짜 ㅠㅠ

그래서 포대에 담아서 소방서에서 가져가려고 짐을 싸는데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옆방 여자가 소방관 아저씨들한테 하는 말이

 

 

 

 

 

"그거 제 뱀인데요"





이러더라 다들 황당해서 쳐다보는데

그 여자가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제가 키우는 애완용 뱀이에요. 원래 얌전한데 오늘 일 갔다 왔더니

케이스에서 탈출했나 봐요. 사람 안무는 뱀이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ㅈㄹ 한다.

네가 뱀이 무는지 안 무는지 어떻게 아냐?

너무 황당해서 말도 안 나오고 있는데 총무님이 한마디 했다.





"애완 동물 키우는 거 금지인데요?"

 

 

 

 

 

결국 그녀는 강제 퇴실 당했다.

짐을 빼면서 봤는데 타란툴라도 있더라 만약

그날 탈출한 게 뱀인 것도 기절할 만하지만 만약 타란툴라라면 아마

 보는 순간 기절해서 독에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뱀이 머리가 세모난 걸로 봐서 분명 독이 있는 놈이었을 것이다.

만약 그날 마려웠던 게 오줌이 아니라 똥이었다면 아마

보지도 않고 바로 엉덩이부터 들이밀다가 뱀한테 물려서

온 바닥에 똥찌리며 죽었을 것이다.

지금도 그날 생각만 하면 등골이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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