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를 돌아다니는 욕쟁이할머니

2016. 12. 17. 10:37범죄의 기억

 

 


 

모 사단 신교대에는 정체불명의 할머니 한 분이 자주 오신다.

부대원들은 그분을 랩할머니라고 부른다.

나는 신교대 2주차 때 처음 랩할머니를 접했다.

12월 너무나 추운 시기에 조교들의 가혹한 훈련이 정점에 다다를 무렵

랩할머니의 등장은 훈련병들 사이에 큰 이슈였다.

조교들이야 매년 있는 행사라 별 반응이 없었지만....

 

 

 

 

 

 

제식훈련을 하던 중 연병장을 봤는데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 한 분이

연병장 한가운데에 서있었다.

조교들은 훈병들이 수군대기 시작하자 훈련병들에게 소리치며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훈련병들 중간에 민간인 할머니가 혼자서 중얼거리고 계신데

게다가 혼자서 하시는 말씀이 더 무서운 게

"시발, 내 아들 죽인 새끼.. 개새끼,, 시발.. 죽였어.. 내가 죽일 거야.."

이 말을 계속 반복해서 중얼거리시는데 너무 무서웠다.

 

 

 

 

 

 

랩할머니는 그렇게 계속 훈련 중에 출몰을 했고 훈련병들은 처음에는

신기해 했었느냐 가면 갈수록 "미친 X" 취급을 하면서 멸시를 하기 시작했다.

그냥 학교 뒷산에 나타나는 바바리 취급하듯 그렇게 6주의 훈련을 마치고

도망치듯 신교대를 떠나서 자대로 갔고 운전병이 돼서 후반기 교육을 갔다가

다시 그 사단으로 가게 되었다.

 

 

 

 

 

 

자대에서 군 생활하느라 할머니를 잊어버린 체 어찌어찌하다가 말년 병장이 되었다.

신병 차출을 위해 보급관이랑 인사계 태워서 신교대에 가게 되었다.

여전히 할머니는 연병장 한가운데에서 랩을 하고 계셨고

예전에 잊어버렸던 신병교육대 기억이 새록새록 기억이 났다.

똑같은 패턴과 똑같은 옷 그 괴기스러운 랩이 생각이 나서 보급관한테

이야기를 했는데 보급관도 랩할머니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보급관은 할머니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었다.

 

 

 

 

 

 

나에게 할머니가 왜 랩을 하게 되셨는지 알려주셨는데

96년도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 때 북한군이 병사 몇 명을 죽였는데

순직한 병사 중 한 명이 랩할머니의 자식이었던 것이었다.

듣는 순간 등에서 소름이 돋았다.

그때부터 할머니는 정신이 반쯤 나가셔서 몇 년 동안을 돌아다니면서

내 아들이 여기 있냐고 물어보면서 돌아다녔다고 한다.

 

 

 

 

 

 

정신이 나가신 상태라 개인관리가 안 되기에 진짜 폐허가 되어버린 집에서

20여 년을 살면서 계속 부대에 찾아오셨던 것이다.

나중에 신교대에서 조교로 근무하던 동기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

새벽에 탄약고 근무를 서고 있는데 랩할머니가 연병장 근처 나무 밑에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걸 들었는데 정신이 나간 할머니가 아니라

인자한 할머니 말투로

"아이고 내 아들, 안 본 사이 많이 야위었네? 밥은 잘 먹고 다니지?"

하면서 혼자 나무 밑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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