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방탈출 게임

2017. 3. 5. 01:18범죄의 기억

 

회식 날이었다.

삼겹살데이라고 삼겹살이 50% 할인이라 소고기를 못 먹고 삼겹살을 먹었다.

소고기를 못 먹는 화남에 분노의 삼겹살 흡입을 했다.

그리고 냉면까지 킬을 했다.

팀원들이랑 대표님까지 다들 든든하게 밥을 먹은 뒤

삼겹살집을 나오게 되었다.

 

 

 

 

 

 

그런데 대표님이 방 탈출 게임을 하러 가자고 하셨다.

솔직히 심드렁했다.

뭐 다들 술을 못 마셔서 카페 가서 수다를 떨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방 탈출이라니...

솔직히 익숙하지 않은 문화였는데 대표님과 영업이사님 이분들은

개발자 출신들이라 머리 쓰는 거 좋아해서 신나 보였다.

특히 대표님은 명탐정 코난이랑 비슷하게 생겨서 방 탈출하다 누구 하나 죽을 느낌이었다.

 

 

 

 

 

 

그렇게 지하에 있는 방 탈출 카페에 7명이서 도착을 했다.

도착해서 게시판을 봤는데 1등 2등 3등 기록들이 쓰여있었는데

보니까 15분 17분 정도고 꼴등이 30분 정도였다.

주인장이 들어가기 전에 화장실을 미리 다녀와야 한다고 했다.

나는 기록들을 보며 30분 정도면 뭐 굳이 지금 갈 필요 있을까 생각했지만

그때 나는 화장실을 다녀왔어야 했다.

 

 

 

 

 

 

그렇게 남들 화장실 다녀올 때 나는 가만히 메뉴들을 보며

마치 지니어스의 장동민에 빙의하여 혼자 예리한 척을 하고 있었다.

게임을 하는 멤버는 총 7명이었다.

대표님, 영업이사님, 팀장님, 여직원 1, 여직원 2, 여직원 3, 나 이렇게 게임을 하러

누워서 티브이 보는 안경을 쓰고 어깨에 손을 얹은 채 방으로 입장을 했다.

 

 

 

 

 

 

 

 

 

게임은 과거의 방과 현재의 방을 오가며 시간여행을 하면서

미래의 살인사건을 막는 그런 게임이었다.

대표님은 역시 들어오자마자 명탐정 코난에 빙의를 해서 힌트들을

살펴보고 있었고 여직원들과 나머지 분들도 책장이나 옷장을 뒤지면서

힌트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난 평소에 추리소설도 많이 보고 지니어스도 다 챙겨봐서 자신 있었는데

막상 실제 게임에 닥치자 아무 생각도 안 나고 괜히 혼자 쓸데없는 곳에

의미 부여하고 있다가 병신 취급만 당했다. ㅠㅠ

들어오기 전에 생각은 지니어스의 장동민에 빙의하여 혼자서 모든 사건을

순식간에 해결하고 여직원들에게 영웅이 되는 것이었는데

현실은 혼자 사진 하나하나에 의미 부여하고 헛짓거리 하다 대표님이 문제를

다 풀어버리고 나는 혼자 트롤 짓만 하고 있었다.

 

 

 

 

 

 

대표님은 생긴 것도 명탐정 코난같이 생겼는데 문제 푸는 것도 명탐정 코난같이

입체적으로 단서들을 조합하면서 풀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7명 중 대표님과 팀장님만 문제를 풀고 있었고 여직원 3명은 방청객이었으며

나랑 영업이사님은 트롤 짓을 하고 있느라 시간은 계속 지체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30분이 지나기 시작하자 슬슬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일딴 똥은 아니었는데 방귀가 슬슬 올라오기 시작했다.

 

 

 

 

 

 

대학교 때 내 별명이 살인 방귀였다.

3인 1실이었는데 문 잠그고 방귀 끼면 그날 방은 지옥과 다름없었고

아이들의 고통스러운 표정과 헛구역질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방귀의 위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게다가 하필이면 요즘 살 뺀다고 맥반석 계란에 고구마랑 바나나 신나게 먹다가

아까 삼겹살에 냉면에 진짜 이거 터지면 누구 하나 누워서 나가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하필 또 대표님이 명탐정 코난이랑 똑같이 생겨서 진짜 누구 하나는 죽어야 정상일 거 같은 상황이었다.

가뜩이나 폐쇄된 지하방에 사람만 7명이 옹기종기 모여있는데

이곳에서 내가 방귀를 뀐다면 정말 그 위력은 가히 MOPP 3단계와 맞먹는 위력일 것이다.

입사한지 1달밖에 안됐고 여직원이 셋이나 있는데 정말 죽고 싶은 기분이었다.

무조건 참아야 했고 만약 괄약근에서 가스가 샌다면 다음 주 월요일 자동 퇴사 당첨이었다.

점점 힘들어지며 서있기도 힘들고 의식은 점점 희미해져 갈 때였다.

 

 

 

 

 

 

중간에 금고가 있는데 비번이 틀리면 3분간 비번을 입력할 수 없는 방식이었다.

마침 영업이사가 전화기 내용을 잘 못 이해해서 비번을 잘 못 입력하는 바람에

3분간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을 했다.

진짜 빡돌아서 영업이사님이고 나발이고 귀싸대기를 때릴 뻔했다.

이를 악물고 옷걸이 옆에서 옷걸이를 붙잡고 의식의 끈을 부여잡고 있었는데

영업이사가 또 트롤짓을 해서 비번이 또 잘못 입력되어 다시 3분간 아무것도 못하게 되었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될 거 같아서 팀원들 전체가 현재의 방에 모여있을 때

과거의 방에 혼자 들어가서 문을 닫고 문고리를 잡고 있었다.

만약에 사태에 대비해 혼자 격리된 공간에서 뀌어서

팀원들과 대표님을 보호하고 가스를 나혼자 흡입해 피해를 최소화하다는 생각이었다.

눈물을 흘리며 문고리를 부여잡고 정신을 가다듬고 있는데

영업이사가 문을 두들겼다.

 

 

 

 

 

 

하필 방 탈출에 가장 중요한 열쇠가 과거의 방에 있었다.

그리하여 다들 과거의 방에 다시 다 들어왔고 나의 희생정신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으며

진짜 항문을 벽에 비벼대면서 이제 내 인생은 끝났구나 하는 생각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결국 마지막 열쇠인 살인무기 총을 찾아냈는데 이걸로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몰라서 다들 벙 쪄 하고 있었다.

 

 

 

 

 

 

그때 바퀴벌레가 생명이 위급해지면

아이큐가 340 이상 급격히 상승되면서 뇌를 300% 발휘한다고

식은땀을 흘리며 괄약근에 힘을 주고 벽에 비비고 있던 이때

갑자기 이제까지 방을 뒤졌던 모든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

이방을 탈출할 마지막 관문인 총을 집어넣을 케이스가 생각이 났다.

괄약근에 힘을 빡 준 뒤 이를 악물고 대표님이 들고 있던 총을 빼앗았다.

 

 

 

 

 

 

"절대 실수하면 안 된다!"

조금이라도 가스가 새면 여기 있는 사람은 모두 죽는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빠른 걸음으로 어기적어기적 걸어서 과거의 방을 빠져나와

총을 집어넣을 케이스에 총을 있는 힘껏 박아 넣었다.

결국 내가 살인사건을 막아냈고 마침내 우리를 1시간 동안 가둬놨던 방의 문이 열렸다.

 

 

 

 

 

 

나는 팀원들이 모두 탈출하길 기다렸다 마지막에 문을 닫기 전 방 안에다

시원하게 방귀를 뀐 다음에 바로 문을 닫고 나왔다.

아마 정리하러 들어온 알바나 그다음 들어갔던 손님 중 몇 명은 쓰러졌으리라...

바이오해저드 3편의 "last escape"의 엔딩을 보듯이

핵폭탄이 터진 라쿤시티를 뒤로 한 채 헬기에 몸을 싯고

구조되는 질 발렌타인에 빙의되어 의기양양하게 밖으로 나갔다.

 

 

 

 

 

 

나가려고 하는데 사장님이 기록이 1시간 10분이 나왔는데

이것도 나름 기록이라고 기념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는데 남들 10분에서 30분 만에 하는 걸 1시간 넘게 한 게 뭐 자랑이라고

다들 수치스러워서 쌩가고 각자 집으로 도망치듯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