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보인다는 내무실의 비밀

2016. 9. 4. 01:50귀신이 보인다

 

논산 앞에서 전골 먹고 입대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훈련소가 끝이 나고 신병이 돼서 자대 배치를 받고

기차를 타고 강원도까지 올라와서 102보에서 대기하다

버스를 타고 사단 보충대로 가고 있었다.

지금이야 사단 보충대 놈들 개땡보놈들 무시하지만

그때만 해도 새로운 환경이 무서웠고

처음 보는 내가 갈 사단 마크를 단 병사들이라 너무 무서웠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비가 계속 왔다.

특히 보충대에서 우릴 데리러 온 놈들은 계속 겁만 줬다.

축복받은 보직 놈들이...... 지금 생각하면 진짜 줘 패고 싶다.

구불구불 2차선 도로를 한참을 달려 폐교 같은 건물에

도착을 했다.

 

 

 

 

 

을씨년스러운 2층의 하얀색 50~60년 대풍 건물이었다.

연병장에 일반 가정집을 조금 크게 지은 거 같은 2층 건물에

식당 건물 이렇게 구성이 되어 있었다.

기간병의 설명으로는 예전에 김일성의 별장이었던 건물이라고 한다.

우리는 여기서 3일 동안 대기하고 연대로 넘어간다고 했다.

 

 

 

 

 

 

 

우리는 더블 백을 매고 2층으로 올라갔다.

입구로 들어가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가는데

옆에 옛날 간이 약국 같은 목제 창문 틀로 이루어진 방이 보였는데

그곳이 PX이고 평소에는 문을 닫고 있다가 기간병이 마음대로 여는 것이었다.

하여간에 2층에 올라가서 내무실을 봤는데 가운데 복도를 기준으로 양쪽으로

10명씩 20명이 잘 수 있는 내무실이었다.

 

 

 

 

 

일딴 들어가는 대로 알아서 자리를 잡고 알아서 더블 백을 풀었다.

관물대에 물건을 대충 정리하고 씻으러 화장실로 갔는데

오래된 건물이라 화장실도 정말 을시년 스러웟다.

밖에는 계속 비가 왔고 안의 건물은 오래돼서 조명도 어둡고 별로 밝지가 않았다.

동기들은 계속 씻고 있었고 나는 먼저 씻었기에 세면 백과 수건을 들고

먼저 내무실로 걸어갔다.

 

 

 

 

 

그런데 문밖에서 들어가려고 내무실 안을 보는데 누가 내 관물대 앞에 서있는 것이다.

누구지 하면서 들어갔는데 들어오니까 아무도 없었다.

분명 들어오기 전에 문밖에서 봤을 때는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는데

막상 들어오니 아무도 없었다.

 

 

 

 

 

뭔가 이상했지만 일딴 점호가 급해서 신경 쓰지 않고 바로 점호 준비를 했다.

근데 일딴 조명이 너무 어두웠다.

형광등이 달렸지만 두 개 달릴 자리에 한 개씩만 달려있었고

오래된 건물이라 내무실에 형광등이 4개는 달려있어야 하는데

2개밖에 안 달려 있었다. 선풍기도 오래돼서 회전하면서 계속 탁탁 소리가 났고

화장실도 등이 부족해서 변기칸은 밖의 빛에 의지해서 볼일을 봐야 하니 눈 나빠질 거 같았다.

 

 

 

 

 

 

점호가 끝난 후 잠자리에 들었는데 여기서는 불침번 근무를 따로 서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보충대만큼 군대 내에서 행복했던 기억이 없었던 거 같다.

그래서 푹 자고 있는데 뭔가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

머리 위쪽을 복도 쪽에 두고 자고 있었는데 누가 날 내려다보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자다 깨서 머리 위쪽을 봤는데 누가 내 쪽으로 앉아서 날 보고 있었다.

동기 놈이 안 자고쳐다보는 거 같아서 "야 뭐 해 안 자고 빨리 자"하고

말을 하는데 누가 내무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플래시로 내 얼굴을 비추길래 뭐지? 하면서 쳐다보니

불침번을 서던 기간병이 내소리를 듣고 들어온 것이었다.

 

 

 

 

 

"뭐야 인마안 자고 이야기를 하고 있어?"

기간병이 짜증이 나서 날 보면서 무섭게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내가 날 보던 동기를 보면서 이야기를 하려고 날 보던 놈을

보는데 그 자리에 아무도 없고 심지어 자는 사람도 없는 것이다.

20명이 잘 수 있는 공간에 8명이 들어온 거라 제 맘대로 깔고 잤기에

빈 공간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분명 아까 잠에서 깼을 때는 야간 등으로 누가 앉아있는 것을 봤고

놈의 시선도 본능적으로 느껴졌었는데 불침번이 불을 들고 들어오자

놈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무 말도 못하고 "죄송합니다."하고 누웠다.

"한번 만 더 시끄럽게 굴면 죽여버린다."

불침번이 엄포를 놓고 다시 나갔다.

불침번이 나가고 빨간 취침 등만이 은은하게 내무실을 비추는데

분명 내 건너편 자리 침상에 누군가 앉아있는 검은 형상이 보였다.

 

 

 

 

 

밖에는 불침번이 서있기에 바로 이야기를 할까 생각했지만

괜히 애들 다 깨우고 난리 날까 봐 무서워 죽겠는데 꾹 참고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런데 눈을 감고 있는데 뭔가 검은 그림자가 내 머리 위로 들이미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뜨고 싶은데 너무 무서워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잠이 들고 눈을 떴을 때는 기상나팔이 불고 있었다.

 

 

 

 

 

사단 보충대의 하루는 간단하다. 낮에 잡초제거하고 시키는 작업만 하다가

밤 되면 px도 열어주고 푹 쉬는 것이다.

지킬 것만 지키면 진짜 병장처럼 지낼 수 있다.

기간병들도 소대 규모가 대대보다 더 큰 김일성 별장을 관리하니 이보다 더 편한

보직이 없는 거 같았다.

우리는 군 간부를 위해 7~8월에 개장할 수영장의 청소를 하고

군 간부들의 마누라들이 이용하는 테니스장의 평탄화 작업을 했다.

 

 

 

 

 

 

우리가 일하는 중에도 간부들이 와서 식당에서는 파티가 벌어졌다.

간부들이 식당에서 먹고 마시고 하느라 우리는 수영장으로

반찬통과 밥통을 들고 와서 수영장에서 밥을 먹고 다시 식당 식기청소장으로

돌아가서 식기만 씻고 노는 간부들을 쳐다봤다.

우리도 챙겨줄 줄 알았는데 신경도 쓰지 않아서 우리는 다시 노예같이 일을 했다.

원래 8명이 내일 자대로 가기로 했는데 4명만 먼저 가고

내가 갈 연대는 훈련 중이라 2일을 더 대기하고 금요일 가게 되었다.

 

 

 

 

 

그렇게 작업을 마치고 개인정비를 하니 밤이 되어서 잘 준비를 했다.

더블 백에 초코파이를 숨기고 나서 잠자리에 들었다.

다른 연대로 가는 친구들은 오늘이 마지막이라 동기들끼리 속닥속닥

거리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나는 자려고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런데 누가 서있는 것이다.

다들 자려고 누웠고 불도 꺼지고 빨간 취침 등만 켜져 있던 상태였는데

검은 그림자가 서있는 게 보였다.

 

 

 

 

 

동기들은 눈치를 못 챈 거 같은데 나는 똑똑히 보였다.

분명 불침번은 아니다. 불침번이었음 벌써 떠드는 애들한테 지랄을 했을 것이다.

누구지? 누군데 혼자 내무반 복도에 서있는 것일까?

서있는 놈이 누군지 궁금했지만 너무 피곤해서 그렇게 잠이 들었다.

그렇게 푹 자고 있었는데 뭐가 날라와서 얼굴에 맞았다.

그래서 눈을 뜨고 맞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문밖에서 그림자가 날 보고 오라고 손짓했다.

 

 

 

 

 

그래서 불침번인 줄 알고 모포를 들추고 나가려고 하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잡으면서 말을 했다.

"야 나가지 마 저거 불침번 아니야."

뒤를 돌아보니 나랑 다른 연대로 배속 받은 동기였다.

"뭐야 무슨 소리야?"

"나도 몰라 근데 나한테도 그래서 나가려고 봤는데

사람은 안 보이고 그림자만 보이는 거야

그래서 누구십니까? 하고 물어봤는데 아무 대답이 없더라고"

동기 놈은 뭔가 이상해서 나가지 않고 계속 그림자를 보고 있었다고 한다.

근데 그림자가 동기 놈이 나오지 않자 나한테 돌 같은 거를 던진 거고

이번에는 내가 일어나서 나가려고 했던 것이다.

 

 

 

 

 

"불침번한테 이야기해야 하는 거 아냐?"

 

그랬더니 동기가 아까 12시쯤 간부들 회식 끝나서 다 돌아가고

 

상황병이 내무반와서 안자던 애들 다 잡아다가 청소시켰는데

 

이미 기간병들 대부분이 꽐라가 돼서 행정반에 상황병 말고는

 

오늘 불침번 없다고 했다.

 

 

 

 

 

진짜 너무 무서워서 잘 수가 없었다 다행인 건 옆에

동기가 같이 깨서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새벽까지 진짜

누워있던 자리에서 앉아서 움직이지도 못 했다.

겨우 해가 뜨고서야 그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고

그제야 나와 동기는 잠이 들 수 있었다.

 

 

 

 

 

다행히도 기간병들이 꽐라가 된 덕분인지 점호 없이

8시까지 잘 수 있었고 상황병이 와서 우리들만 깨운 다음에

오늘 태연대로 배속 밭는 동기들은 더블 백 싸게 했고

우리 연대 동기들은 영내 대기 시켰다.

근데 내무반에 있기가 너무 무서웠다.

동기는 어떤가 해서 동기를 봤는데

동기는 신들린 사람처럼 허겁지겁 더블 백에 짐을 싸고 있었다.

 

 

 

 

 

나는 오늘 여기를 떠나는 동기가 너무나 부러웠다.

첫날은 그냥 헛것인 줄만 알았는데 어제 동기랑 같이 겪고 나니

이게 진짜 귀신인 것이다.

동기는 더블 백을 다 싸고 바로 담배를 피우러 건물 밖으로 도망치듯 나가버렸다.

담배 피우는 애들이 따라서 나가자 내무실에

나랑 같은 연대 동기 한 명만 남게 돼서 나도 도망치듯 달려나갔다.

 

 

 

 

 

나갔더니 동기 놈들이 담배를 피우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야기의 주제가 바로 어젯밤의 그림자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만 본 것이 아니었다.

다들 봤는데 무서워서 모른 척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한 놈은 자다가 화장실이 급해서 갔었는데 화장실 입구까지

따라왔었다고 한다. 그런데 화장실 불을 켜자 사라졌다고 한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기간병 중 병장 한 병이 담배를 피우러

우리들에게 다가왔다.

 

 

 

 

 

병장에게 동기가 담배를 주면서 물어봤다.

"X 병장님 혹시 우리 내무실에 귀신이 있나요?"

그런데 병장의 얼굴이 사색이 되면서 우리들을 쳐다봤다.

 

"ㅅㅂ 니네들도 보이냐? 그거때매 미치겠다 진짜..."


병장이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오히려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병장이 일병 때 일이었다고 한다. 그때 테니스 병이 병장었는데

사단장이 백이 있던 잘 나가는 집안에 체대 출신의 잘생긴 테니스 병이었다고 한다.

주로 하는 일은 사단뿐만 아니라 군단이나 근방의 군인을 남편으로 둔

사모님들이 테니스를 배우러 보충대로 왔는데 사모님들에게 테니스를

가르쳐 주고 테니스장을 관리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병장은 사모님들에게 테니스만 가르쳐 주는 게 아니었다.

사모님들 중 몇몇과 부적절한 관계를 했는데 외박을 나가서 관계를 맺거나

보충대 뒤쪽에 수영장 관리소나 테니스 탈의실 등 다양한 곳에서

사모님들과 관계를 맺었다. 부대네 기간병들은 다 알고 있었지만

현재 실세였고 중대장과 보급관도 함부로 못하는 백을 보유한지라

아무도 병장을 터치하지 않았다.

 

 

 

 

 

 

근데 아무리 몰래 만난다고 해도 소문이 들릴 수밖에 없었다.

사단 보충대는 외진 곳이지만 김일성 별장이었고 여름에

군인가족들을 위해 수영장을 개방하고 장교들끼리 파티도 많이 하는 곳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사단 보충대인지라 자연스레 보는 눈이 많아졌고

결국 병장과 사모님들 중 한 분의 부적절한 관계는 남편인

사단 정보장교인 남편의 귀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정보장교의 부인이 테니스를 배우러 온 날 남편인 정보장교도

부인 몰래 점심쯤 위병소를 통과해서 들어왔다.

테니스 교육이 끝나고 다른 사모님들이 가방을 차에 넣고

돌아갈 즈음 정보장교의 부인은 테니스 병과 수영장 뒤쪽의 산 쪽으로

남들 눈을 피해 올라갔다.

 

 

 

 

 

오후 5시 40분쯤 관계를 마치고 내려온 테니스 관리 병 병장과 사모님은 보충병이 없던

보충병 내무실에서 단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그 당시 일병이었던 병장은 국기 하강식을 하러 전투복을 입고 1층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정보장교였던 중령이 일병의 눈앞을 지나쳐서 빠른 걸음으로 2층으로 올라갔고

행정반이 1층이고 2층에는 보충병 내무반과 기간병 내무반밖에 없는지라

경례를 하고 황당해서 처다만 보고 있었다고 한다.

 

 

 

 

 

국기 하강식을 하러 선임이 2층에서 내려오다 정보장교인 중령을 보고

놀래서 경례를 했는데 중령은 받아주지 않고 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

놀란 선임은 일병에게 나가와서 "뭐야 무슨 일이야?"하면서 물어봤다.

그래서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대답을 하려고 했는데 2층에서 여자의

비명이 들려왔다.

 

 

 

 

 

놀란 일병과 선임은 바로 2층 올 뛰어 올라갔다.

비명소리는 보충병 내무실에서 계속 들려왔고 일병과 선임은 바로

보충병 내무실로 달려가서 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을 열고 내무실을 봤는데 너무 충격적이라서 둘은 말도 못하고

주저앉아 버렸다.

 

 

 

 

 

정보장교가 칼로 병장을 계속 찌르고 있었고 부인은 이미 칼을 맞고

배를 움켜잡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병사 간부 할거 없이 전 병력이 2층 보충병 내무실로 달려왔으나

다들 상황을 보고 충격을 먹어서 아무도 정보장교를 말릴 수가 없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병사들이 정보장교에게 달려들었으나

이미 병장과 사모님은 10방 이상의 칼을 맞고

쓰러진 상태였으며 정보장교도 자신의 목을 칼로 그어버린 상태였다.

 

 

 

 

 

의무병도 없었고 119도 오려면 20분 이상 걸리는 곳이라

기간병들은 수건이란 수건은 다 들고 와서 세명을 지혈을 했다.

보충병 없이 비어 엇던 보충병 내무실은 단 5분 만에 처참하고

피가 낭자한 살인 현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결국 119가 올 동안 정보장교가 내무실에서 쇼크로 먼저 사망하고

응급차로 이송 도중 병장이 사망했으나 부인은 춘천까지 이송이 되는 동안

죽지 않아서 겨우 살아났다고 한다.

 

 

 

 

 

부대에는 헌병대와 기무 대가 왔고 다들 끌려가서 조사를 받았다.

다들 무혐의로 풀려나기는 했지만 사건의 후유증은 부대를 한동안

기능 불능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한동안 폐쇄가 되었다가 일병이 상병 3호봉이 될 때쯤 다시

보충대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게 되어서 다시 보충병을 받기 시작했는데

보충병들이 보충병 내무실에서 자게 되면 귀신을 본다고 이야기를

할 때가 많았다.

 

 

 

 

 

처음에는 꺼림칙한 사건이 있었지만 개소리라 생각하고 넘겼었는데

자신도 불침번을 서다가 안 자고 서있는 놈이 있어서 불렀는데 대답이

없기에 빡돌아서 달려갔는데 서있는 놈이 눈앞에서 없어졌다.

그렇게 기간병들도 보게 되면서 간부들에게 이야기를 했지만

이미 한번 큰 사고가 벌어진 부대라 괜히 무슨 일 생기면 진짜 폐쇄될지도 모르고

중대장도 진급 전 잠깐 들르는 곳이라 괜히 승진에 방해될까

부대원들에게 귀신에 대해 쉬쉬하고 묵인하라고 지시를 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왔다고 병장이 이야기를 했다.

다들 충격을 먹고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데 내가 물어봤다.

"그 부인은 어떻게 되셨나요?"

병장은 자신도 살아난 것 까지는 확실히 들었는데 그 이후에는

애들 대리고 짐 싸 들고 도망갔다는 소문만 들었다고 한다.

 

 

 

 

나는 아직도 이틀을 더 여기서 자야만 하는데 동기는 오늘 연대로

전출을 가버려서 너무 부러웠다.

그렇게 타연대 동기들이 가버린 후 나와 3명의 동기들만이 남아서

소름 끼치는 보충병 내무실에서 앉아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이미 나랑 같이 담배를 피우던 동기가 나머지 2명에게 이곳의

이야기를 해주었기에 다들 공포에 떨면서 내무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3시쯤 밖에서 비가 오기 시작했다. 말로 들은 바로는 태풍이 상륙했다고 했다.

기간병이 와서 영내 대기니까 심심할 테니 TV를 틀어서 보라고 했다.

1층에 px도 미리 열어줄 테니 와서 사 먹으라고 했다.

티브이도 보고 과자도 먹으니 처음의 공포심은 서서히 줄어들었다.

그렇게 저녁도 먹고 개인정비도 하니 무섭긴 무서웠지만 천국이 따로 없었다.

훈련소에서 정말 너무 힘들었었는데 여기는 너무 천국이었다.

102보처럼 밥이 맛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기간병들도 통제만 잘 따르면

아무도 터치하지 않았다.

 

 

 

 

 

점호가 끝나고 자리를 폈는데 첫날에는 서로 떨어져서 여유롭게 잠을 잤지만

오늘은 네 명이 다 붙어서 왼쪽 침상에 정렬해서 잠에 들었다.

그렇게 잠을 자다가 새벽에 오줌이 마려워서 일어났는데

다행히 오늘은 귀신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복도에 서있던 불침번 기간병한테 보고하고 화장실을 다녀왔다.

비 오는 소리가 너무 무서워서 내무실로 달려왔다.

그래서 동기들을 봤는데 4명이 누워있는 것이었다.

내 자리는 창가에서 두 번째라 창가에 한 명 그리고 내 자리가 비고

3명이 연달아서 누워있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누우려고 다가가는데 순간 소름이 끼쳤다.

나를 포함해서 4명인데 지금 나 빼고 4명이 누워있는 것이다.

아 진짜 기절을 할 수 있다면 지금 하고 싶었다.

그래서 진짜 아무렇지 않은척하면서 내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에 누우려고 하는데 창가 바로 옆에 누워있던 동기가 나에게 말했다.

"야 밖에 불침번 있냐?"

너무 놀라서 바로 내가 입을 막고 속삭이듯 조용히 하라고 했다.

 

 

 

 

 

동기가 놀래서 내 손을 치우며 왜 그러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내가 여기 지금 4명이 있어야 하는데 5명이 있다고

한 명은 귀신인 거 같으니 조용히 하라고 속삭였다.

그러자 동기도 조용히 했고 나는 눈을 감고

제발 빨리 아침이 오길 기도하며 억지로 잠을 청했다.

눈을 감고 억지로 자려고 하는데

또 누가 내 얼굴 위로 쳐다보는 느낌이 났다.

그렇지만 절대 눈을 뜨지 않고 부들부들 떨면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기상나팔소리를 들으면서 일어나는데 창가에

자리를 잡았던 동기가 보이지 않고 자리도 치워져 있었다.

내가 너무 놀라서 둘러봤는데 3명의 끝에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내가 놀래서 "야 너 왜 거기서 자고 있냐? 어제 자기 전에는 분명

내 옆에서 자고 있었잖아?"라고 물어봤다.

 

 

 

 

 

그러자 동기가 하는 말이 창가에 빗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11시쯤 자리를 내무실 쪽으로 옮겼다고 했다.

그럼 나는 새벽에 누구랑 이야기를 한 것이고 그놈 입을 막았을 때

느껴졌던 감촉은 무엇인가 하고 생각하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진짜 너무 무서워서 바로 도망치고 싶었다.

 

 

 

 

 

그렇게 퇴소 날까지 계속 귀신을 보고 진짜 탈영하고 싶었지만

다행히 정신줄을 부여잡고 버텨서 금요일이 되었고 나는 도망치듯

사단 보충대를 벗어나 연대로 가게 되었다.

그렇게 겨우 벗어났다 싶었는데 연대 대기후 자대로 배치를 받으러

버스를 타고 또 한참 구불구불한 길을 이동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2년 동안 살게 될 자대에 도착을 하게 됐는데

태풍이 와서 엄청나게 비가 오는데 연병장에서 다들 전투복을 입고 뛰고 있었다.

버스 안에서 보고 있는데 정말 비 오는데 구르고 뛰고 난리도 아니었다.

 

대위가 고함을 치는데 화가 많이 난거 같았다.

그걸 보니 사단보충대의 귀신이 다시 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