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을 보는 그놈

2016. 8. 16. 01:02귀신이 보인다

 

후임 중에 어머니가 무당이셨던 놈이 있었다.

이놈도 신기가 있어서 귀신을 본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항상 그놈하고 같이 근무를 서는 게 좋았다.

자기가 겪었던 이야기나 어머니 손님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는데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이 무료한 군 생활을 이겨낼 수 있는 마치 라디오를 몰래 듣는 느낌일 정도로

놈이 해주는 이야기가 좋았고 같이 있는 시간이 기다려졌다.

손님 중에 사주에 부부가 서로 극과 극의 성질이라 불임인 걸

알아맞힌 것도 재미있었고 나이트에서 부킹 한 여자가

귀신들린 여자였던 이야기도 꿀잼이었다.

 

 

 

 

 

그러던 여름 우리는 훈련을 나가게 되었다.

날도 미치게 더웠는데 전술훈련까지 하려니 정말 죽을 맛이었다.

그러나 아직 6월이라 밤에는 시원해서 괜찮았다.

특히 밤에는 같이 근무를 서거나 텐트에서 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에 밤이 기대가 되었다.

 

 

 

 

 

우리는 포병이기에 진지를 구축하고 포를 방열하고 대기 중이라

놈에게 이곳에서 귀신이 보이냐고 물어봤다.

놈의 말로는 다행히 이곳에는 귀신이 없었다.

놈은 전입을 오자마자 화장실에서 예전에 자살한 고참의 귀신을 보고

전입 전에 자살 사건이 있었다는 것도 맞췄고

 

 

 

 

 

2소대 둘포 분대장의 둘째 누나가 예전에 우울증으로

자살했다는 것도 등 뒤에 그녀가 타고 있다고 하면서 맞췄다.

나는 그놈이 진짜로 귀신을 보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맞추기에 놈의 눈을 신뢰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항상 진지를 이동하거나 같은 장소에 있게 되면

그 자리에 귀신이 있는지에 대해서 물어보게 되었다.

 

 

 

 

 

저녁시간이 되어서 식사 추진이 도착을 해서 식사 배급을 받으러

놈과 같이 이동을 하게 되었다.

반합을 들고 놈과 이야기하면서 쭐레쭐레 내려가고 있는데

예전에 쓰다 버린 폐 초소가 길 옆 산 쪽에 있었다.

허름한 옛 폐 초소가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서

놈에게 저 폐 초소에는 귀신이 있냐고 물어봤다.

 

 

 

 

놈에게 물어보면서 놈을 봤는데 얼굴에 약간의 두려움이 느껴졌다.

놈이 초소 문 옆에 무언가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옛날 군복을 입은 귀신이 하나 보이는데 초소 벽에 머리를 박고

뒷짐을 지고 등을 보인 채로 서있다고 했다.

항상 놈은 귀신을 봤었다고 이야기했었지 보고 있다고 이야기

한 적이 없어서 나도 같이 긴장을 했다.

 

 

 

 

 

내가 그놈에게 "야 지금 귀신 뭐 하냐?"라고 물어봤는데

계속 등을 보이고 뒷짐을 진채로 머리를 벽에 기대고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순간 그놈이 흠 짓 하더니 덜덜 떨기 시작했다.

동공이 흔들리면서 몸이 굳은 채로 폐 초소를 계속 바라보더니

갑자기 비명을 지르면서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도 놀래서 그놈이 내팽개친 반합을 들고

같이 미친 듯이 뛰어서 본부 소대로 달려갔다.

달려갔는데 놈이 안 보이고 FDC랑 식사 배급하던 애들이

놀라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바로 놈 어디 있냐고 물어봤더니 중대 텐트로 뛰어들어 갔다고 한다.

 

 

 

 

 

그래서 중대 텐트로 들어가 봤더니 놈이 땀 범벅이 돼서

불빛 아래서 떨고 있었다.

내가 바로 다가가서 왜 도망갔냐고 물어봤다.

폐 초소에서 뒤돌아서 머리를 박고 가만히 있던 귀신이

내가 놈한테 귀신 뭐 하냐는 소리를 할 때 들었는지

머리만 180도 돌아서 꺾인 채로 놈을 바라보더니

'내가 보이나 봐?' 하더니 웃으면서 그대로 목이 꺾인 채로 뒷걸음으로

자기 쪽으로 걸어왔다고 했다.

 

 

 

 

 

같이 듣고 있던 중대 텐트 내 본부 소대장이 이야기를 해주는데

예전에 이곳이 공비들이 침투해서 군인들과 격전을 벌였던

장소라고 했다. 이때 많은 병사들이 죽었고 그 폐 초소도 방어하다

병사들이 죽고 나서 폐쇄된 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