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가 겪었던 보이스피싱

2016. 8. 30. 23:49범죄의 기억

 

내 친구가 갓 군대를 제대했을 때이다.

군대 갔다 와서 운동하고 몸짱에 얼짱이 돼서 여자친구도 사귀고

내 친구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2005년 아직 스마트폰이 아닌 폴더폰이 유행이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 친구는 여자친구와 같이 지하철을 타고 종로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전화기로 전화가 왔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받았는데 처음 듣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안녕하세요 대검찰청 범죄수사과입니다."

중후한 목소리의 50대는 되어 보이는 남자였다.

 

 

 

 

 

"전화 뒷번호 XXXX 사용 중이시죠? 지금 사건 수사 중 범죄와 관련된 전화를 추적 중이라

ㅇㅇㅇㅇ부터 XXXX까지 뒷번호를 쓰시는 분들께 지금 전화를 드려서

2시간 동안 통화를 자제해 주실 것을 요청드리고 있습니다."

친구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이 조선족도 아니었고 너무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기에

속아넘어 갈 수밖에 없기도 했었다.

 

 

 

 

 

"2시간 정도만 핸드폰을 꺼 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가 친구한테 물었다.

"네 그럼 언제부터 끄면 되나요?"

"전화를 끊으시고 나면 바로 전화를 꺼주시면 됩니다.

두 시간에서 세 시간 정도 지나서 핸드폰을 켜주시면 됩니다.

수사에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화가 끝난 후 친구는 바로 핸드폰을 끄고

여자친구와 계속 데이트를 즐겼다.

오늘 여자친구와 더 있고 싶었지만 저녁은 가족과

같이 먹으려고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집으로 향했다.

 

 

 

 

 

아파트 현관까지 왔는데 밖에 경찰차들이 많이 서있었다.

아파트에 무슨 일이 났나 해서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엄마한테 물어봐야겠다 하고서 14층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데 복도에 엄청난 덩치의 사람들이 수십 명이 서있었다.

 

 

 

 

 

너무 놀라서 그 자리에 굳어서 서있는데 그 큰 덩치의 사람들 중에

진짜 무서워 보이는 사람이 친구에게 OOO씨 맞냐고 말을 걸어왔다.

그래서 맞는다고 했더니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주며 형사라고 했다.

OOO씨가 납치되셨다는 신고를 받고 지금 다들 여기 와있는 거라고 했다.

 

 

 

 

그래서 바로 집으로 들어갔더니 친구의 어머니는 울고 계셨고 아버지는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계시다 친구를 보고 놀래서 바로 주저앉으셨다.

친구의 누나가 친구 아버지를 부축하고 친구 어머니는 울면서 친구를 껴앉았다.

그렇게 친구는 본의 아니게 형사들 앞에서 가족들과 눈물의 재회(?)를 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이야기는 이랬다.

친구가 검찰청의 전화를 받고 전화기를 끈 7시간 동안

엄청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친구가 정확히 12시에 전화를 껐는데 12시 반에 집으로 전화가 왔다고 한다.

치밀한 놈들이다 혹시나 전화기 잠깐 껐다가 다시 켤까봐 30분 후에

전화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전화를 아버님이 받았는데 다짜고짜 당신 아들을 납치했으니

몸값 500만원을 계좌번호로 붙이라는 협박을 했다.

범인이 말하는 중간중간 뒤에서 누가 살려주세요 하면서

우니까 나이가 많으신 아버님은 당연히 친구인 줄 알고

두려움에 떠시면서 제발 자신의 아들을 살려달라고

범인들에게 비셨다고 한다.

 

 

 

 

 

 

범인들은 다시 전화를 건다고 하고 전화가 끊어졌고

아버님은 두려움에 떠시면서 어머님께 이야기를 했고

두 분이 걱정되는 마음으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기가 꺼져있었으니 친구의 부모님들은 더 공포스러워지셨다.

놈들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고 놈들은 이번에는 친구의 어머님이

전화를 받았다.

 

 

 

 

 

범인이 어머니에게  2시간 안에  돈을 안 붙이면 아들을 바로 죽여버릴 거라고 협박을 하고

뒤에서는 계속 누군지 모르는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엄마! 엄마! 살려주세요!"하는데 분명 아들의 목소리가 아닐 텐데도

너무나 무서운 상황이라 어머니는 그 목소리가 친구일 거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으셨다.

범인은 계좌번호를 알켜주면서 그 계좌로 돈을 부치라고 협박했다.

 

 

 

 

 

그래서 아버님은 바로 돈을 부치러 나가려고 할 때 때마침

친구의 누나가 들어왔다.

친구의 누나는 이야기를 듣고 일딴 경찰에 신고를 하자고

이야기를 하셨다.

친구의 부모님들은 너무 두려워하셔서 결국 누나가 신고를

했고 친구가 눈으로 본 수십 명의 형사들이 집에 몰려와서

지금의 상황이 벌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내 친구는 납치는커녕 여자친구와 한참 신나는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고

전화기를 꺼놨었기에 자신의 알리바이를 스스로 증명해야 했었고

결국 계속되는 추궁에 친구는 가족들과 형사들 앞에서 여자친구와 모텔에 간 이야기까지 해야 했다.

그 수치와 치욕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런데 놈들은 이미 친구의 이름과 휴대폰 전화번호도 알고 있었고

집 주소에 집 전화번호까지 알고 있었다.

개인 정보가 털린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알게 되는 사건이었다.

다행히 친구 아버님이 돈을 부치러 나가는 타이밍에 친구의 누나가 들어와서

다행히 돈을 잃지 않았고 혹시나 은행 근처에 놈들이 숨어있다가

아버님께 해코지를 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