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24. 02:22ㆍ귀신이 보인다
쇼핑몰 건물 보안 알바를 할 때 겪었던 이야기이다.
주간조와 야간조로 운영이 됐는데 주간조 인원보다
야간조 인원이 더 많이 필요해서 나는 원래 주간조로
지원했었는데 야간 조로 배치를 받았다.
1층과 2층은 향수와 화장품 등 코스메틱 매장들이었고
지하는 식당가였는데 망했다.
1층과 2층도 거의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나머지 3층부터 10층까지는 쇼핑몰이었는데 다 망했다.
11층은 사무실이라 아직 남아있는 회사들이 있었으며
12층부터 15층은 영화관이라 아직까지 장사가 잘되고 있었다.
근무는 1층과 2층 그리고 영화관을 통제하는 게 주요 임무였다.
나머지 층은 부도가 나서 출입을 통제했고
11층은 사무실이라 굳이 근무를 서지 않아도 됐다.
근데 부도는 났지만 물건들을 다 치우지 못 해서 밤에는
전체 층을 다 근무를 서야 했다.
게다가 주변도 많이 부도가 나서 건물 주변 자체가 굉장히
을씨년스럽고 건물과 동내가 오래돼서 할렘가 같은 느낌이 강했다.
낮에는 그래도 돌아다니는 사람도 있고 사람 사는 거 같은데
밤이 되면 진짜 개미 새끼 한 마리 없고 가로수만 을씨년스럽게 켜져 있었다.
원래 번화가였던 동내였는데 옆 동내에 대기업 쇼핑몰이 생기고
상권이 그쪽으로 다 몰리면서 우리 쇼핑몰과 인근 상점은 자연스레 부도가 나게 되었다.
부도 날 때부터 근무했던 선배들이 이야기를 해주는데
부도난 사장님 중 한 명이 6층 화장실에서 목을 매고 자살을 했다고도 하고
지하 식당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사장님은 부도내고 도망가다 잡혀서
손목이 잘렸다고도 하고 지하 2층 식당에서는 여자분이 노숙자한테 끌려가서
강간당하고 살해당했는데 1층에 사람들이 있었는데도 아무도 모르고 있다가
1달 후에 발견이 됐다고도 하고 별의별 괴담을 다 해줬다.
다 사실인지는 모르겠는데 분위기가 진짜 그럴 거 같아서 더 무서웠다.
게다가 컨트롤실이 지하 6층이라 더 무서웠다.
게다가 야간근무조에서 떠도는 소문인데 보통 2시간마다 순찰을 하는데
순찰을 하는 사람들마다 다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근데 솔직히 누가 들어와서 숨어있는 게 아니라면 밤에 발자국 소리가
날 수가 없다.
왜냐하면 12시면 극장이 문을 닫고 새벽 1시까지 극장 직원들이 마감을 한 이후에는
극장 야근 인원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는데다
모든 문을 폐쇄하기 때문에 아무도 들어올 수 없다.
그런데도 순찰을 하면 순찰을 도는 위층이나 아래층에서
구두 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달려가보면 아무도 없고 그런 식이다.
그날도 같이 야간근무하는 형이 무전이 왔다.
4층에서 순찰을 하고 있는데 5층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확인해보라고 무전을 보냈는데 형이 죽고 싶냐며
당장 오려고라고 했다.
그래서 주임한테 이야기를 하고 바로 지하 6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갔다.
솔직히 사람은 자신 있었다. 운동도 좀 했었고
사람은 때릴 수가 있지만 귀신은 때릴 수가 없지 않나
귀신은 솔직히 무서웠다.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게 무서웠다.
게다가 내가 근무할 때는 처음으로 나타난 거라
더 무서웠다.
문이 열리자 문 앞에 바로 형이 서있었다.
"아 형 뭐가 무섭다고 나까지 불러요. 다른 애들도 이렇게 불렀었어요?"
내가 투덜대면서 쳐다보는데 이형이 기분 나쁘게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야 한번 잡아보자 이거 사람인 거 같아. 귀신이라고 하기에는 소리가 너무 선명해."
진짜 짜증이 밀려왔다. 그럼 지가 가서 확인을 하면 되지 왜 나까지 부르냐고
나는 두 시간 후 순찰이라 쉬고 있어야 되는 시간인데
정말 억울했다. 형만 아니었어도 지랄 좀 했을 텐데 참았다.
일딴 형을 따라서 소리가 들렸다는 5층으로 중앙 에스컬레이터로
걸어서 올라갔다.
5층은 정말 휑했다. 마네킹과 옷이 있는 점포도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 상점이 빠져서 아무것도 없는 비어있는 큰 공간이었다.
비상구도 철문을 다 잠가 놔서 이동을 하려면
엘리베이터와 중앙 에스컬레이터 밖에 없었다.
플래시로 비춰봤는데 아무도 없었다.
짐들이 있기는 하지만 방수포로 덮고 다 묶어놔서
숨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무도 없음을 확인 한 후 둘이서 6층으로 이동을 했다.
역시 6층도 약간의 마네킹과 짐을 가져가지 못한 점포 몇 군데를 제외하면
다 철거된 빈 공간이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꼼꼼히 확인했는데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형한테 이야기를 하고 다시 내려가려고 엘리베이터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형은 다시 순찰을 하기 위해 5층으로 내려가려고 중앙 에스컬레이터로 걸어가고 있었다.
순간 형을 놀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어떻게 놀려줄까 고민을 했다.
4층에 몰래 숨어있다가 발소리로 놀래 줘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내려갔다.
형은 아직 5층에서 순찰을 하고 있는 거 같았다.
형이 중앙 에스컬레이터 근처로 오면 발소리로 놀래 주려고
물건들 쌓여있는 곳 뒤에 숨어서 플래시 빛이 보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한 3분을 기다렸나? 갑자기 4층에서 누가 걸어 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형은 5층에서 순찰 중이었고 4층에는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너무 놀라서 주변을 둘러봤는데 아무것도 안 보였다.
그래서 플래시를 키고 확인을 하는데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계속 구두 발자국 소리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마네킹 쪽으로 플래시를 돌렸는데 너무 충격적이었다.
하반신만 있는 마네킹이 철판 위에서 정면을 바라보면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너무 놀라서 비명도 못 지르고 서서 보고만 있었다.
하반신만 있는 마네킹이 계속 정면을 보고 걷고 있는 것이다.
너무 놀라서 쳐다보고 있는데 마네킹 몸이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너무 놀라서 바로 고함을 지르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앙아아아아아앙아아아악!!!!!!!!"
어딘지도 모르면서 계속 달렸다. 그러다 벽에 부딪혔다.
그리고 바로 쓰러지는데 5층에 있던 형이 나에게로 달려오는 게 보였다.
그리고 잠깐 기절을 했는데 깨어나 보니 주임님이랑 근무인원들이
내 주변에서 날 보고 있었다.
"야 괜찮냐?"
5층에서 순찰하던 형이 나에게 물어봤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4층이었다.
바로 형한테 나 그거 봤다고 발소리 내는 거 봤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마네킹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하반신만 있는 마네킹이 안 보였다.
형의 플래시를 뺏어서 비춰보는데 하반신만 있는 마네킹이
안 보였다.
다 전신 마네킹만 있었다.
그래서 주임님과 형과 직원들 다 붙잡고 마네킹들 쪽으로
가서 다 확인을 해 봤는데 하반신만 있는 마네킹이 없었다.
형이 왜 너 4층에 있었냐고 물어봐서
혹시나 해서 둘러보다가 마네킹이 걷는 걸 봤다고 둘러댔다.
전 직원들이 다 날 미친놈 취급을 했다.
솔직히 다음 근무를 설 자신이 없어서
부딪힌 머리가 너무 아프다고 주임님께 둘러대고
밤에 택시 타고 응급실로 가서 누워있었다.
응급실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3시였다.
다행히 주임님이 사장님께 둘러대셔서 치료비를 받을 수는 있었지만
더 이상 그 쇼핑몰에서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도망치듯 그만두고 다시는 그 쇼핑몰 쪽으로 다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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