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화장실

2018. 2. 7. 02:49귀신이 보인다

 

아는 형님이 군대에 있을 때 일어났던 일이다.

그 형이 말년에 보급관 따까리가 돼서 작업한다고 끌려다녔는데

내일은 폐쇄되었던 사단 사격장 야외 화장실을 철거한다고 했다.

 

예전에 이등병 하나가 목매서 자살을 한 다음 폐쇄되었던 화장실인데

예전에도 자살자가 있었던 문제가 많았던 화장실이었다고 한다.

 

 

 

 

 

 

 

90년대에는 내무실에서 구타랑 가혹행위가 당연하듯이 이루어졌었는데

어느 날부터 열린 병영을 한다고 병간에 구타 및 가혹행위를 금지하면서

후임들에게 해코지를 하려면 주특기 때 얼차려로 조지거나

사격장에서는 구타가 가능했기에 벼르고 별렀다가 사격장에서

두들겨 팼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격장 화장실에서 자살하는 일, 이등병이 많았었고

결국 사격장 화장실은 폐쇄가 되었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폐쇄를 한 그 이후에도 그 화장실에서 자살자가 계속 발생을 한 것이다.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자살한 놈도 있었고 창문으로 들어가서 자살을 한 놈도 있었다.

폐쇄를 하니 오히려 안에 누가 죽어있는지를 몰라서 시체가 부패되기도 했다.

 

 

 

 

 

 

 

신기한 게 왜 굳이 부대에서 탈영까지 해가면서 사격장 화장실에서 자살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관리부대가 빡세게 관리를 하는 걸로 합의를 보고 다시 문을 열었는데

사격장에서 가장 가까운 부대가 우리 부대였는데 걸어서 15분 거리였다.

우리 부대가 관리부대로 선정돼서 우리 부대에서 파견 관리를 하게 되었다.

사격장에 상주하는 병신들은 예초기만 돌리는지 왜 우리 부대가 관리를 하는 게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관리하고 전우조 만들고 지랄을 해도 사격장 화장실에서는 매년 1~2명이 자살을 했다고 한다.

결국 마지막 자살자가 나오고 다시 폐쇄를 했는데 이번에 행보관이 아예 부숴버리기로 한 것이다.

그 형님은 말년 짬에 화장실 똥까지 푸기는 너무 싫어서 원래 후임이 일직 하사였는데

강제로 교대를 하고 행정반에 드러누웠다고 한다.

그렇게 행보관과 중대 애들이 작업을 하러 출발을 하고 그 형님은 사주팔자 책을 보면서

중대 앞 벤치에 앉아서 작업자들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오전에 출발한 중대원들은 일과가 끝나고 나서야 돌아왔다고 한다.

다행히 아무 일 없이 모두 돌아와서 이제 사격장 화장실의 저주는 끝이 났다고 생각을 했다.

개인정비 시간이 끝나고 점호도 마무리 한 후 1번초 근무지로 보낸 후

행정반에서 전화로 연대에 보고를 하고 있었다.

근데 보고를 하면서 체크를 하다 보니 1소대 불침번이 온도 체크를 보고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

 

 

 

 

 

 

 

짜증이 나서 현황판 들고 순찰하면서 1소대 가서 갈구려고 행정반을 나섰다.

1소대 앞에서 문에 달린 창문으로 봤는데 불침번이 미쳐가지고 침상에 걸터앉아있었다.

"이 미친 새끼가.... 보고도 무시하더니 미쳤네......"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플래시를 얼굴에 비췄는데 너무 깜짝 놀랐다.

불침번이 전투화 끈으로 목을 감고 있는 것이었다.

 

너무 놀라서 너 뭐 하냐 하니까 불침번이 지도 놀라서 뭐 전투화 끈 어쩌고 말을 흐렸다.

일딴 이놈을 내무반에서 대리고 나왔다. 그런데 초번초라 안 자는 애들도 있었을 텐데

소대 애들 전체가 아무도 모르게 자고 있는 게 더 신기했다.

 

 

 

 

 

 

 

혹시나 또 자살을 시도할지 몰라서 일직사관 몰래 대리고 나가서 이야기를 하는데

이놈이 지가 지목에 전투화 끈을 두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지도 놀랜 것이었다.

취침 소등을 하려고 불을 끈 상황부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혹시나 해서 오늘 사격장 화장실 철거작업 나갔었냐고 물어봤더니

화장실 철거에 투입이 되었었고 오래된 분뇨에 세균이 있었는지

화장실 냄새를 맡은 후부터 코 안이 허하고 기침도 자주 났다고 한다.

 

 

 

 

 

 

 

그냥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사격장 화장실의 연쇄 자살이

 

무언가 이유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봐도 이놈은 뭔가 씐 게 분명해 보여서 일직사관한테 보고하고

 

감시를 붙인 뒤 의무대에서 재웠다.

오늘 만약 형님이 작업에 나갔었다면 전투화 끈에 목을 매고 있을 사람은

 

그 불침번이 아닌 형님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격장 화장실을 없애버린 이후에는 더 이상 자살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분명 무엇인가가 사람을 홀렸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