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저수지 낙시

2017. 11. 5. 13:26귀신이 보인다

 

원래 낚시를 좋아했는데 주로 바다에서만 하다 아는 형님의 소개로


민물낚시를 입문하게 되었다.


그 형님이 자주 가시던 경기도에 저수지가 있는데 그곳 관리인과


친하여 나를 소개해주러 같이 동행하게 되었다.


형님이랑 연안 좌대에 자리를 펴고 미끼 던져놓은 다음 라면을 끓였다.


형님은 본인의 장비를 꺼내서 나에게 빌려주며


낚시대랑 미끼 등 민물낚시에 대한 걸 설명해주셨고


사용방법에 대한 시범을 보여 주셨다.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밤낚시를 시작했고 술 한 잔을 기울이며


형님과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새벽 3시가 지나서 입질도 없고 형님은 먼저 피곤하다고 좌대에 들어가서 자리를 펴셨고


나는 혼자 남아 분위기를 즐기며 낚시를 계속 이어나갔다.


오줌이 마려워서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났는데 멀리서 관리실 문이 열리는 게 보였다.


그래서 그쪽으로 걸어가면서 사장님한테 인사를 했다.


사장님도 같이 인사를 하면서 내 쪽으로 걸어오셨는데 갑자기 뒤돌으시더니 다시


관리실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뭐지? 하면서 사장님을 부르려는데


관리실문을 닫고 바로 불을 끄셨다.








 

웃기는 사람이네 하면서 뒤를 돌아서 낚시대를 보는데 물가에서

 

왠 긴머리 사람이 물밖으로 걸어나오는것이었다.

 

처음에는 뭔가 잘못본건가 했는데 눈을 부비고 다시봐도

 

사람 그것도 여자의 형상인 그것이 물 밖으로 걸어나오는 것이었다.

 

너무 황당해서 그자리에 멈춰서 얼어있었는데 그것이 물밖으로 걸어나오다가

 

나를 봤는지 멈춰서 서서히 고개를 돌리며 나를 봤다.

 

서로 눈을 마주치게 되었는데 나는 보자마자 "헉!"소리와 함께

 

입을 막고 충격에 휩사였다.










 

처음에는 미친 여자인 줄 알았는데 그 눈을 보니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


마치 고양이와 같은 노란색의 세로로 찢어진 눈동자는 다시는 잊지 못할


그런 충격적인 형상이었다. 하마터면 참던 오줌을 바지에 그냥 지릴뻔했다.


저게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순간 나는 바로 좌대로 뛰기 시작했다.


저년한테 잡히면 죽는다는 그런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신속하게 좌대로 바로 뛰어들어가서 문을 잠가버렸다.








 

좌대에 들어오니 다행히 형님은 주무시고 계셨고 방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오줌 마려워서 화장실 가려던 길이라 오줌이 너무 마려워서


형님이 보셨으면 꼴불견이었을 추태를 부리며 한 손으로는 문 손잡이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음료수 병에다가 소변을 봤다.


하필이면 문에 잠금장치가 고장이 나서 문이 잠기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그 귀신이 못 들어오게 문에 등을 기대고 방안을 감시하며


뜬눈으로 동이 틀 때까지 자지도 못하고 두려움에 떨었다.








 

아침에 사장님이 우리 좌대로 오셔서 문을 두드리며 나보고 괜찮냐고 물어보셨다.


사장님도 손님이 그때 우리밖에 없어서 우리랑 술이나 한잔하려고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가 귀신 보고 바로 사무실로 도망쳐서 주무셨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 내가 혹시나 홀렸을까 봐 걱정돼서 왔다고 한다.


그 여자를 나 혼자 본 게 아니라니까 그게 더 무서웠다.


형님이 일어나셨길래 바로 형님한테 어제 귀신을 본 이야기를 해드렸는데 형님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원래 저수지에 귀신이 많고 밤낚시 하다 한 번쯤 봐줘야


어디 가서 밤낚시한다고 명함 내밀 수 있다고 하는데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하시는 말씀이 저수지가 시체를 매장하기 좋은 조건이라 밤에 몰래


사람 죽이고 저수지에 돌 매달아서 시체를 유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여기도 물 다 빼면 시체 몇 구 나올 거라고 하시는데 소름이 돋았다.


중요한 건 귀신하고 마 추쳤을 때 귀신을 쳐다보지 말고 무시를 해야 한다.


괜히 귀신한테 말 걸었다간 귀신이 붙는다고 한다.


그 뒤로 다시는 민물낚시를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