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간 함깨했던 손

2016. 12. 10. 22:17귀신이 보인다

 

나는 어릴 때부터 좀 예민했었다.

처음에는 걸어가거나 밖에 앉아있을 때 신경 쓰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다가 그 사람들이 내 눈에만 보인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반 뒤에 앉아있는 아저씨가 내 눈에만 보였던 것이었다.

처음에는 누구 아버지인가 애들한테 물어봤다가

내 눈에는 보이는데 애들은 못 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점점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눈에만 보이던 것들이 점점 더 많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러던 것들이 가끔 꿈에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꿈에서 도망치다 가위에 눌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 가위도 자주 눌리게 되었다.

잠을 잘 못 자고 잠이 무서워지기 시작하니

신경쇠약에 뭐가 사람이고 뭐가 귀신인지

구분이 안 가기 시작하니 정신적으로 혼란도 많이 왔다.

 

 

 

 

 

 

그렇게 학창시절을 귀신과 함께 보내고 군대에 가게 되었다.

그런데 신기한 게 군대에 가서는 귀신의 ㄱ도 본 적이 없고

다른 고참들은 다 봤다던 탄약고 귀신도 나는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으로 갈비씨였던 몸도 근육질이 되었고

가위도 눌리지 않아서 잠도 잘 자고 뭔가 나한테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1차 정기휴가를 나가서 집에서 자게 되었다.

 

 

 

 

 

 

꿈에 긴 흑발머리 여자가 나오는 것이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실루엣으로 여자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날 쫓아왔다. 무작정 도망을 치다 그녀에게 잡혔다.

그런데 잡히자마자 바로 꿈에서 깨면서 가위에 눌렸다.

눈을 떴는데 책장과 벽 사이에 어둠 속에서 하얀 손이 보였다.

 

 

 

 

 

 

 

 

 

그 손이 밖으로 나오려고 하다 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가면서

나는 가위에서 깰 수 있었다.

가위에서 깨고 시계를 봤는데 새벽 3시였다.

너무 무서워서 다시 자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렇지만 도저히 잠이 안 와서 눈 감고 뒤척이고 있었는데

밖에서 안방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직감적으로 어머니가 잠에서 깨신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렇구나 하고 누워있었는데 어머니가 내 방문을 열고 불을 켜셨다.

그래서 어머니를 쳐다봤는데 어머니도 그냥 별 표정 없이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안 잤어?" 어머니가 물어보셨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있으시냐고 물어봤더니 어머니가 꿈에서

내가 지금 덮고 있는 이불을 보셨다고 하셨다.

이 이불이 내가 유치원 때부터 사용했던 이불인데 하늘색에 빨간 꽃이 그려진 털단요라

가족들도 다 알고 있는 담요이다.

 

 

 

 

 

 

그런데 어머니 꿈에서 밤에 불 끄고 자다 깨신 상황이었는데 뭐가 꿈들 거리는 게 보여서 문을 보니

그 담요가 안방의 문틈으로 살살 밀려들어오더라고 하셨다.

그래서 어머니가 담요를 잡았는데 갑자기 어떤 하얀 손이 튀어나와서

어머니의 손을 팍 잡았다.

어머니가 너무 놀라서 바로 하얀 손을 뿌리치니 바로 담요를 잡더니

재빨리 문틈으로 끌고 나가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잠에서 깨신 어머니가 담요를 보러 내방으로 오셨던 것이었다.

어머니 말씀을 듣고 나니 너무 기분이 나빠서 다음날 바로

버려버렸다.

 

 

 

 

 

그런데 신기한 게 담요를 버린 날부터 귀신이 보이지도 않았고

더 이상 가위도 눌리지 않았다.

 

담요에 뭔가 안좋은 기운이 나를 괴롭혔다는 것을 직감한 나는

 

집에 있는 오래된 물건들을 다 모았다.

그리고 나서 나는 오래된 물건들을 다 정리해버렸다.

아오 담요를 진작에 버릴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