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A형근무

2016. 10. 28. 01:10귀신이 보인다

 

내가 이등병 때 해병대 부대에서 민간인이 코란도로

근무 철수 중이던 병장이랑 이등병을 들이받고 총기를 탈취한 사건이 벌어졌다.

국지도발 훈련 때나 하던 진돗개 2(평소 진돗개 3등급을 유지하다 무장공비침투 등 


상황이 발생하면 '진돗개 2'로 경보발령 )가 실제 상황으로 발령이 돼서

비상 A형 근무 발령 나고 부대원 전원이 근무에 투입이 됐었다.

비상사태가 끝날 때까지 20시간가량 투입되었었다.


 

 

 

 

 

나는 그때 말년하고 보초를 섰는데 말년은 초소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자리에 앉더니 기대서 자고 나 혼자 경계 서며 졸다 정신 차리다 졸다 정신 차리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때 당시 계급이 일병 물이라 긴장 빨아야 하는 시기에 잘못 걸리면

이미지 개망되기 때문에 정말 안 졸려고 발악을 하면서 근무를 섰다.






그런데 초소 근무를 서면서 둘러봤는데 다른 초소랑은 다른 느낌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

많이 들었다. 보통 초소는 총격전시 도망가기 쉽게 출입구가 후방에 있는데

이 초소는 문이 옆에 달려있었다. 그리고 내부에 이상한 복주머니 같은 것들과

자살방지 카드가 주렁주렁 달려있었고 전체적으로 얼룩도 덕지덕지 있고

색도 검고 어두워 밤에는 벽이 잘 안 보일 정도였다.






몇 시간이 지나고 완전히 새벽이 되니 주변이 깜깜해졌다.

나는 비몽사몽 서서 졸고 있었고 사수는 정말 곯아떨어져서 일어날 생각을 안 했다.

도저히 안될 거 같아서 잠 깨려고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는데 초소 근처 날개 초소(건물 안이 아닌 바깥에 임시로 잡는 초소 :

보통 포대를 쌓아서 만든다.) 포대 위에 검은색 그림자가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부소대장인 줄 알고 깜짝 놀라서 총을 서둘러 잡고 바로 수하를 시작했다.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화랑!"

"........"

"화랑 "

두 번 수화를 했는데 답이 없고 그냥 쭈그려 앉아서 전방만 보고 있다.

더 이상 암구호를 대지 않을 경우 난 실탄사격을 해야 한다.

'저 XX가 미쳤나 왜 대답을 안 해?'

어쩔 수 없다 여기서 망설이거나 사격을 안 할 경우 난 무조건 영창이다.

"수화에 불응할 시 발포한다! 화랑!!"

그래 ㅅㅂ 한번 뒤져봐라 난 바로 장전 손잡이에 손을 가져갔다.

 

 

 

 

 

그런데 갑자기 놈이 찢어질듯한 큰소리로 "히 히 히 히 히 히 히 히 히 히 히 히 히"

웃으면서 머리를 사방으로 미친 듯이 털어내기 시작했다.

순간 등골에 소름이 쫙 끼쳤다.

머리를 사방으로 엄청나게 빠르게 흔들어 대다가 갑자기 팍 멈췄는데

놈하고 눈이 딱 마주쳤다.

 

 

 

 

 

 

 

 

순간 너무 놀라서 바로 비명을 지르면서 초소 안으로 뛰쳐들어갔다.

초소 안에 들아가니 자던 말년이 놀래서 일어나고 있었다.

'병장.... 귀...... 귀...... 귀...... 귀.."

미친 듯이 문쪽을 손 까락질하며 소리를 지르려고 하는데

목소리가 나오지를 않고 입에서 자꾸 맴돌았다.

말년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바로 총 챙겨서

자세 낮추고 밖으로 지향 사격자세로 나갔다.

 

 

 

 

나도 다시 따라서 나갔는데 그놈이 온 데 간 데 사라지고 아무도 없었다.

말년이 황당하다는 듯이 날 보고

"뭐야 뭔데 호들갑이야? 개 XX야" 하면서 조인트를 깠다.

그런데 조인트는 신경도 못 쓰고 너무 놀라서 얼굴 하얗게 뜨고

정신 못 차리고 계속 말더듬 거리면서 허우적대니까

말년도 상황이 뭔가 잘못된 걸 알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 시바 그러고 보니 여기 48초소구나"

뭔가 알고 있는 듯이 말을 해서 내가 어버버 대니까

말년이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여기서 고문관이었던 상병이 소대 사람들이 자신을 없는 사람 취급하는 걸 괴로워하다

경계 나가서 사수 자는 사이에 총으로 자살을 해서 원래 폐쇄를 하려고 했는데

사단에서 폐쇄 결정이 보류가 돼서 지금까지 그냥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상병이 자살한 이후 부대원들에게 원한을 풀려는지

이 초소에서 근무를 서면 사람들이 귀신을 많이 봤다고 한다.

 

 

 

 

 

자기는 본 적이 없는데 자기 고참들도 여기서 귀신 보고 기절한 사람 몇 명 있었다고 했다.

'아 아직 언제 상황이 끝날지도 모르는 판국인데....'

상황 끝날 때까지 기약 없이 나와서 근무를 서고 있던 것이라

이 초소에서 근무를 서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암담했다.

그런데 말년은 더 자지 않고 나랑 같이 노가리도 까면서 계속 같이 근무를 서주었다.

결국 날이 밝고 상황이 종료가 되어서 그 빌어먹을 초소를 벗어날 수 있었다.

소대로 내려와서 다른 선임들한테도 물어봤는데 다들 귀신 나오는 초소인 거알고 있었다.

 

 

 

 


그 이후에 더 이상 놈을 보지는 않았지만 그때의 기억이 너무 생생하고 무서웠다.

잠깐이었지만 정말 그 눈은 다시는 못 잊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