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7. 20:50ㆍ꿈을 보았다
이 이야기는 꿈에 관한 이야기이다.
보통 꿈에서 피를 보거나 똥을 보거나 돼지가 들어오면 대박의 꿈이라고 한다.
나는 항상 꿈이 사람한테 찔리거나 똥을 싸도 똥이 안 보이거나
상처가 나도 피가 안 보이는 식이었다.
항상 무력했으며 주먹 하나 날리는 게 너무 힘든 게 내 꿈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푸르른 시골길 언덕이었다.
언덕 밑으로 논도 보였고 풀을 뜯는 소들도 보이고
맑은 하늘에 구름이 간간이 보이는 좋은 날씨에
나는 언덕길 한가운데에 똥을 누고 있었다.
뭐 이런 빌어먹을 상황이 있는지 화장실 내두고 뭐 하는 건지
나도 지금 생각하면 황당하지만 이미 똥을 누고 있는 상황에서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똥을 봐야만
하기에 필사적으로 똥을 보려고 노력했다.
근데 똥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 내 인생 뭐 이딴 식이지 뭐 하면서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 뒤를 닦았다.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닦은 휴지를 접으려고 봤는데
휴지에 똥이 묻어있었다. 내 눈으로 뚫어져라 계속 봤다.
결국 신께서 나에게 기회를 주시는구나
꿈에서도 감격의 눈물을 흘리면서 똥 묻은 휴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눈을 떴다.
그래 이것은 계시다. 신이 나에게 주시는 계시다.
바로 집 밖으로 뛰어나갔다.
방학 때였는데 일딴 집 밖으로 뛰어나갔다.
"로또를 사야 한다! 로또를 사야 한다!"
판매점이 지하철역 근처에 있기 때문에
지하철역까지 뛰어서 갔다.
지하철역 근처에 다 와서 인근 상가에 도착을 했는데
너무 놀라서 기절을 할 뻔했다.
그날 그 건물이 정화조 처리 작업을 하느라
무려 똥차 8대가 정화조 작업을 하려고
상가건물을 삥 둘러서 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 대만 봐도 운이 좋다는 똥차를 무려 한꺼번에 8대나 봐버린 것이다.
또 꿈에 이어 똥차까지 이건 모든 기운이 나에게 흐르고 있는 것이다.
바로 로또 판매점으로 달려가서 5만 원어치를 한꺼번에 샀다.
그때 당시 일주일 용돈이 7만 원이었는데 다 질러버릴라다가
혹시 추첨일 이 토요일이라 오늘 승부를 봐야 하는 것인가 해서
로또를 5만 원 지르고 즉석복권을 만 원을 질렀다.
지금 이 기운으로는 올인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천 원짜리 즉석복권을
10장을 사서 다 긁어버렸다.
그런데 한 장도 당첨이 안 된 것이다.
아 로또로 주시려고 즉석복권은 안 주시는구나 하고
기쁜 마음으로 로또 5만 원어치를 들고 집으로 뛰어갔다.
집에 가서 로또 당첨금 배당받는 법을 검색하면서
배당금을 받으면 뭘 할지에 대해서 고민을 했다.
농협 본사가 아니라 서대문 경찰서로 가달라고 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사고 난 듯한 뉘앙스로 전화를 받는 척하면서
가야지 택시기사가 날 습격하는 일이 없다고 쓰여있었다.
어차피 서대문 경찰서 건너편이 농협 본사라 내려서
경찰서로 들어가는 척하면서 안내데스크까지 들어가야
택시기사들이 의심하지 않고 간다고 한다.
그리고 택시가 가면 바로 경찰서 밖으로 나와서 역으로 건너서
농협 본사로 들어가고 당첨금 수령하는 곳이 5층이기 때문에
5층으로 올라가면 되고 당첨금 받은 다음에 금융상품 가입하라고 하면
빚이 많아서 돈을 써야 한다고 하고 나와서 1층에서 잡는 놈들이 있는데
그놈들을 뿌리치고 바로 택시를 타고 와야 하고
가족들이 알게 되면 재산 문제로 싸울 수 있기 때문에
가족들 모르게 해야 한다 뭐 이런 내용들을 숙지하면서
미리 당첨금 수령 리허설을 혼자서 하고 있었다.
그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밤 11시에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잠깐 자기 집으로 놀러 오라는 것이었다.
뭐지? 뭐지? 하면서 들뜬 마음으로 친구 집으로 달려갔다.
친구 집에 갔는데 친구가 대뜸 가방 한 개를 내놨다.
"뭐야 웬 가방이야?"하고 물어봤는데
친구가 자기가 자기 쓸려고 가방을 샀는데
막상 쓸려고 보니 마음에 들지 않아서 환불하려고 했는데
귀찮아서 그냥 날 주겠다는 것이었다.
순간 흠 짓 하면서 시계를 봤다.
11시 50분이었다. 뭔가 머리를 쾅 하고 맞는 느낌이었다.
설마 이건 아니겠지? 설마설마하면서 가격을 물어봤다.
친구가 가방 가격이 5만 원이라는 것이다.
순간 휴지에 묻어있던 똥이 생각이 났다.
설사같이 많이 묻어있던 게 아니라 그냥 똥구멍 모양으로 1자로
새끼손까락만큼 묻었던 것이라 설마 이만큼은 5만 원밖에 안되는 건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가방을 가지고 집으로 가면서 제발 이대로 똥의 기운이 끝나지 않기를 빌었다.
그리고 그 주 토요일이 왔다.
그리고 5만 원어치 로또는 쓰레기가 되었고
그 주 용돈을 로또로 다 썼던 나는 굶다시피 하면서 견뎠던 지라 더 상실감이 컸다.
받는 금액이 꿈에서 보는 똥의 양에 비례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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