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것은 저승사자였다 2부

2019. 2. 5. 23:46귀신이 보인다

 

 

가위가 풀리고 겨우 일어나서 앉았는데 마침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애들이 문을 열고 내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시계를 보니 한 30분 정도 지난 거 같다.

 

아까 애들 나가고 나서 한 5분도 안 돼서 가위에 눌렸으니

 

30분을 내리 가위에 눌려있었던 것이다.

 

 

 

 

 


겨우 진정을 하고 밖을 봤더니 비가 그치고 햇빛이 비쳤다.

 

극한의 순간에 나를 구해주신 신께 감사드리며 없던 신앙심도 생겨났다.

 

너무 무서웠지만 괜히 엄살떨다 미친놈 취급받을까 봐 아무렇지 않은 척

 

장구류를 차고 주특기 준비를 했다.

 

그러나 주특기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우고 혼자 구석에 앉아서

 

담배를 물고 계속 그 검은 형상에 대한 생각만 했다.

 

 

 

 

 


일과가 끝나니 밤에 실려갔던 일병 녀석이 다시 부대로 복귀를 했다.

 

신고를 하는데 내가 바로 불러서 담배 피우는 곳으로 대리고 나갔다.

 

 

"야 너 몸은 좀 괜찮냐?"

 

 

"괜찮습니다. ㅎㅎ 놀라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원인이 뭐래? 왜 발작을 일으킨 거야? 너 원래 간질 같은 거 있었어?"

 


일병 녀석은 잠깐 움찔했다가 좀 고민하더니 이야기를 했다.

 


"제가 가위를 처음 눌려보는 거라 너무 당황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던 거 같습니다.

 

별거 아니었는데 제가 너무 과민반응을 했던 거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가위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아까 가위에 눌렸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이놈도 내가 봤던 그 검은 형상을 봤겠지?'

 

분명 이 녀석도 그것을 봤을 거란 생각에 더 이상 간 보지 않고

 

내가 겪었던 일들을 사실대로 녀석에게 털어놓았다.

 

내 이야기를 다 털어놓고 녀석의 얼굴을 봤는데

 

녀석은 굳은 얼굴로 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XX 병장님 제가 사단의 무대에서 검사를 받았었는데 거기에
 
XXX(관심 병사 이등병)이 있었습니다."

 

 

이놈이 검사가 끝난 후 PX에 뭐 사 먹으러 갔었는데 거기서

 

환자들하고 냉동 돌려먹으면서 노가리를 까고 있었다고 한다.

 

속으로 이제 의병전역이라 신났구만. 존나 여유 있네 하고

 

비웃으며 살 거 사서 나왔는데 점심시간 때

 

난리가 났었다는 것이다.

 

 

 

 

 

 

 

사단의 무대 입구 쪽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119 앰뷸런스가 사이렌을 켜고 사단의 무대 앞으로 와서 멈추더니

 

소방대원들이 긴급하게 사단의 무대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조금 있다가 누가 급하게 실려 나오길래 얼굴을 봤는데

 

XXX(관심 병사 이등병)이었다고 한다.

 

 

 

 

 

 

당황해서 의무대 기간병한테 물어봤는데 점심시간에

 

병동 화장실에서 자살을 한걸 발견했다고 한다.

 

이제 사단에서 제대 날짜만 받으면 되는 상황이었고

 

분명 아침에 PX에서 웃으면서 환자들하고 놀던걸 봤던 지라

 

점심시간에 자살을 했던 것이 이해가 안 갔었는데

 

내가 아침에 검은 형체를 봤던걸 들으니 이해가 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본인이 겪은 가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 주었다.

 

처음에는 나랑 같았지만 녀석은 검은 형체의 얼굴을 제대로는

 

아니지만 봤다는 것이다.

 

분명 앞모습이었고 자기한테 XXX(관심 병사 이등병) 이름을

 

부르면서 같이 가지고 했다는 것이다.

 

계속 자기는 XXX(관심 병사 이등병)가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검은 형체는 일병 녀석에게 다가와서 이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의 발을 붙잡는데 진짜 검은 형체의 손이

 

너무 차가워서 다리가 서서히 감각이 없어지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아 내가 여기서 죽는구나'하고 느끼는 순간

 

검은 형체는 잡았던 일병의 발을 놓아주고 뒤를 돌아서

 

서서히 멀어졌다고 한다.

 

검은 형체가 멀어지면서 의식을 잃었었는데

 

그리고 눈을 뜨니 차 안이었고 일직사관인 3소대장이

 

운전을 하는 게 보였고 소대 상병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었다고 했다.

 

 

 

 

 

 

 

녀석의 이야기가 끝나고 나는 녀석에게 사죄를 했다.

 


"미안하다 가위에 눌린 건지도 모르고 너에게 심하게 한거 같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병장님."

 


"몸조리 잘하고 이거는 소대 애들한테는 비밀로 하자."

 


"네 절대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녀석과 이야기를 끝내고 녀석을 들여보낸 후 다시 담배 한 개비를

 

꺼내며 벤치에 주저앉았다.

 

 

 

 

 

 

 

예전에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아프셔서 우리 집에 계셨던 적이 있었다.

 

항상 아프셨기에 누워계셨고 나는 할아버지 옆에서 책도 읽고

 

할아버지랑 대화도 하고 그랬었는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5일 전에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났다.

 

 

"저승사자의 얼굴을 보면 죽는 거야. 저승사자가 얼굴을 보여주는 건

 

저승에 가는 사람들 분이거든.

 

나도 이제 곧 저승사자의 얼굴을 볼 거 같다.

 

내가 없더라도 항상 건강하고 엄마 말씀 잘 들어야 해."

 

 

 

 

 

 

 

나는 그 검은 형상이 죽을 사람이 아니기에

 

뒷모습을 보여줬던 것이고 일병 녀석은 XXX(관심 병사 이등병)로

 

착각을 했기 때문에 얼굴을 보여줬던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일병 녀석은 죽지 않았고 내가 전역한 이후에도

 

연락을 계속했는데 제대할 때까지 살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