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새벽택시

2017. 6. 3. 22:08범죄의 기억

 

야근을 새벽 3시까지 하고 너무 피곤해서 집에 가려고

택시를 잡으러 술집이 많은 번화가로 나왔다.

보통 새벽 1시 반까지는 택시를 잡기가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붐비지만 새벽 2시가 넘어가면 번화가도

인적이 드물어지고 택시들이 줄을 서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아무 택시나 문 두드리고 합정역을 불렀다.

현재 있는 곳은 신논현역 그래서 15000원 이상 나오는 중박은 치는 거리였다.

그래서 거부당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하고 바로 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안 가는 기사들이 많았다.

새벽 3시가 넘은 시간, 이제 끝내는 단계라 자기 동내로 가서 퇴근을 하고 싶어 했다.

결국 여러 대의 택시를 거쳐서 마지막 택시를 타게 되었다.

 

 

 

 

 

 

 

 

 

 

 

 

 

 

차가 출발하려고 하는데 옆에 행인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기사가 인지를 못했는지 그냥 옆으로 핸들을 틀었다.

하마터면 행인들이 차에 부딪칠 뻔했다.

기사가 창문을 열고 사과를 하는데 약간 말투가 어눌함이 느껴졌다.

속으로 잠이 덜 깬 건 가 해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옥행 급행 택시는 신논현역을 출발을 했다.

 

 

 

 

 

 

한남대교로 가고 있는데 눈앞에 2~3차선 중앙으로 달리는 하얀색 SUV가 눈에 띄었다.

와리가리하는 게 아니라 정속에 직진이라 성격이 이상한 놈 같았는데

택시기사가 1차선으로 가면 될 텐데 굳이 SUV 뒤로 가서

신경질적으로 하이빔을 계속 쏘면서 경적을 울렸다.

'아이 씨 보복운전하면 어쩌려고 저러냐..... 아'

속으로 짜증이 났지만 피곤하기도 하고 괜히 긁어 부스럼이 될까 봐 꾹 참고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SUV가 뜬금없이 급가속을 하더니 앞에 가고 있던 택시를 들이 받고

한 바퀴를 굴러서 가드레일로 처박혀 버렸다.

눈앞에서 잔해가 산산이 부서지며 차가 한 바퀴 도는 사고가 슬로모션으로 보였다.

눈앞에서 사고가 났는데 택시기사는 1차선으로 비켜가면서

뒤도 안 돌아보고 앞만 보면서 태연이 중얼거렸다.

"저거 저 새끼 음주구먼 음주야... 무섭네"

나는 네가 더 무섭다 미친 XX 진짜 사이코패스를 보는 느낌이었다.

 

 

 

 

 

 

 

 

한남대교를 올라타서 한강을 지나 강변북로에 진입을 했다.

그러자 엄청난 속도를 내며 가속을 내기 시작했다.

속도계를 얼핏 봤는데 160이 넘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그냥 가는 게 아니라 굳이 안 해도 될 칼치기를 하면서

무섭게 강변북로를 달렸다.

몸이 좌우로 흔들리면서 앞으로 쏠리는데 너무 무서웠고 제발

무사히 집에 도착하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도저히 눈뜨고 못 탈 거 같아서 눈을 감고 모든 것을 잊고 자려고

오른쪽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잠을 청했다.

그렇지만 핸들을 틀 때마다 몸이 좌우로 흔들리고 기본적으로 빠른

속도라 몸이 계속 앞으로 쏠려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억지로 눈을 감고 오른쪽 유리창에 머리를 기대고 있는데 순간

"빠!!!!!!!!!!!!!!!!! 아아 아아아 아아 아 아아 아 아아 아 아아앙!!!!!!!!!!!!"

하고 엄청나게 큰 트럭 경적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서 옆을 봤는데 눈앞 30cm 앞에서 트럭 바퀴의 여섯 개의

육각 나사가 돌아가고 있었다.

이 미친 택시가 트럭 차선을 트럭이 뻔히 달리는데도 침범을 했고

트럭이 재빨리 핸들을 꺾어서 4차선으로 반쯤 피한 것이었다.

진짜 빡이 돌아서 나이 많고 나발이고 쌍욕을 하고 싶었지만

아직도 속력을 줄이지 않았고 여기서 이 인간을 자극했다가

사고라도 나면 나만 손해기 때문에 참고 또 참았다.

 

 

 

 

 

 

 

그런데 이 양반은 커브길에서도 속력을 줄이지 않았다.

3차선에서 2차선으로 2차선에서 1차선으로 계속 차선 침범을

하면서 과속질주를 계속하고 있었다.

지금 달리는 곳이 강변북로라 가드레일 넘어서는 바로 한강이었다.

너무 무서웠지만 나를 빨리 집에 보내주겠다는데 이거 참 뭐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렇지만 분명 뭔 사고가 날 것만 같은 불안한 느낌이 들어서

피곤하지만 살고 싶은 마음에 각성이 돼서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었다.

 

 

 

 

 

 

 

한강대교를 지나고 다시 한번 커브길이 나왔다.

그런데 내가 뒤어서 봐도 땅이 움푹 팬 게 눈에 보였다.

그러나 이 빌어먹을 택시기사는 속력을 줄이지 않았고

순간 택시가 공중으로 붕 뜨면서 몸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눈앞에 가드레일과 그 뒤에 한강이 정면으로 보였다.

진짜 눈앞에 슬로모션으로 가드레일이 보이면서 몸이 붕 뜨고

택시가 가드레일로 추락하면서 착지를 하고 있었다.

 

 

 

 

 

 

 

 

 

진짜 슬로모션으로 착지하는 동안 팀장님 얼굴도 생각나고

진짜 회사 사람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내가 죽은 걸 사람들이 모르면 어떡하지?'

'나 없으면 회사에 내 업무 처리할 사람이 없는데 큰일이다!'

'사장님은 내가 잠적한 줄 알면 어떡하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들면서 이젠 죽었구나 하고 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2차선에서 커브를 꺾은 거라 가드레일 대신

1차선과 가드레일 사이의 갓길에 떨어져서 가드레일에 부딪치지 않았고

기사가 바로 핸들을 꺾어서 1차선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러나 차가 바로 착지한 터라 중심을 잡지 못하고 좌우로 흔들리면서

와리 가리 하면서 계속 흔들렸다.

 

한 1분간 흔들리다 겨우 중심을 잡고 달리는데 아직도 속력을 줄이지 않았다.

 

 

 

 

 

 

이 정신병자 같은 인간이 아오 만약 일반 도로라 정차를 하는 순간이 왔으면

바로 멱살을 잡거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지랄을 했을 텐데

아직도 강변북로였고 한강대교를 지난 상황이라 아직 여의도도 지나쳐야

하고 갈 길이 멀었기에 꾹 참고 택시기사에게 이야기를 했다.

"아저씨 아저씨 돈 벌려고 택시 모는 거지 죽으려고 택시 모는 거 아니잖아요?"

그러자 이놈이 백미러로 나를 보면서 웃는데 이놈 눈이 풀려있었다.

너무 공포스러웠고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아저씨 급한 거 없고 가시는 거지불해드릴 테니 천천히 가주세요."

라고 공손히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놈이 웃으면서 속력을 줄이기 시작했다.

100킬로까지 속력이 줄어들자 좀 안심을 하고 맘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병신이 길을 못 찾고 절두산 성지로 들어가 버렸다.

살다 살다 합정역 들어가는 길을 몰라서 절두산 성지로 들어가는

택시기사는 정말 처음이었다.

양화대교에서 빠지는 길이 있기에 모를 수가 없을 텐데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절두산 성지로 들어왔다 한강시민공원까지 내려갔다.

 

 

 

 

 

 

 

진짜 줘 패고 싶었지만 꾹 참고 인내하며 길 안내를 해서 결국

합정에 도착할 수 있었고 다행인 것은 법인카드라 내 돈이 아니라서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이 미친 기사랑 헤어지고 나서 며칠 후 다시 택시를 탈 일이 있었다.

개인택시를 타고 가면서 개인택시 기사님에게 날 죽일뻔한 택시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기사님의 답변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개인택시는 자기가 뛴 만큼 벌지만 회사택시는 상납금도 있고

파트 파임으로 일하는 기사도 있어서 돈 벌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막 나가는 기사들 중에서는 일부로 사고를 내고 병원에 드러눕는

기사들도 있다고 그랬다.

설마 그놈이 그랬을까 의심스러우면서도 왠지 내 목숨을 담보로

일부로 사고를 내려고 했을 느낌도 들었다.

 

 

 

 

 

 

 

 

눈이 풀려있었다는 이야기를 하자 돈을 벌기 위해 각성제를 마시고

48시간이나 62시간을 자지 않고 운전하는 기사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왠지 이게 그 양반 눈깔 풀린 거나 정황상 그럴싸해 보였다.

그리고 한가지 더 주의를 주셨는데 만약에 택시 안에서 모자를 쓰고 있는

운전기사가 있다면 그놈은 택시 운전기사가 아니라고 했다.

택시 안에서 모자를 쓰고 있으면 불법이라 절대 모자를 쓰면 안 되는 거라

만약에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모자를 쓰고 있으면 바로 내려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무서워서 택시 타겠나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