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님

2017. 3. 18. 23:17귀신이 보인다

 

대학교 다닐 때 방학을 맞아서 학교 앞 편의점에서 알바를 할 때였다.

원래 알바를 할 생각이 없었는데 실기 장학생 되려면 방학 때도 학교에서 그림을 그려야 해서

애들 다 집에 가는데 학교 강의실에 침대를 가져다 놓고 그림을 그렸다.

실기 장학생을 노리는 애들이 몇 명 있어서 외롭지는 않았지만

집에서 용돈만 받으며 타지 생활을 하는 게 쉽지가 않았다.

게다가 장학금은 3명만 주기에 경쟁도 심하고 못 타면 그날로 손가락만 빨아야 하는 상황이라

장학금만 바라보고 학교에서 먹고자고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돈을 벌기 위해 야간 편의점 알바를 하기로 했다.

 

 

 

 

 

 

첫날이라 선임이랑 같이 근무를 서며 배우느라 첫날은 아무 일도 없었다.

여기는 대학교 앞이라 아파트까지 10분 정도 걸어가야 하고

근처에 고등학교와 저수지가 있었고 학교 앞 도로를 타고 학교를 지나치면 바로 논이 나왔다.

거의 방학 때는 학교에 남은 학생들이 밤에 술 사러 오거나 가끔 주민들이 야식을

사러 오는 게 전부였다. 2시부터 4시까지는 거의 사람이 왕래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는 카운터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사무실에 들어가서 폰 게임을

하던가 졸기도 하고 그랬다.

 

 

 

 

 

 

 

문제는 일주일이 지나면서 시작이 되었다.

새벽에 들어온 물건 정리를 끝내고 시계를 보니 2시 정도 되었다.

어차피 손님도 없고 피곤하기도 해서 사무실 들어가서 잠깐 졸다 나오려고

냉장고 옆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서 의자에 앉아있었다.

의자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데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져서 잠에서 깼다.

그래서 창으로 보니 남자가 카운터 앞에 서있었다.

바로 인사를 하며 문을 열고 나갔는데 그 남자는쳐다보지도 않고

물건을 고르는 척하고 바로 나갔다.


 

 

 

 

 

 

혹시나 뭐 훔쳐 갔나 바로 CCTV를 확인하러 사무실로 다시 들어갔는데

분명 남자를 봤었는데 CCTV에 저장된 영상에는

편의점에는 아무도 없고 나 혼자 인사를 하고 카운터로 가서

일을 보는 거만 찍혀있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자다 깨서 그런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 다음날에도 새벽에 사무실에 들어가서 앉아있으면 그 남자가 카운터 앞에 서있었다.

 

 

 

 

 

 

바로 밖으로 나와서 인사를 드리면 그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물건을 고르는 척을 하며 밖으로 나갔다.

다시 사무실로 들어와서 CCTV를 확인하면 역시나 나만 찍혀있었다.

처음에는 잠결에 잘못 본 건 줄 알았는데 이게 반복이 되니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신기한 게 카운터에 있을 때는 나타나지 않았는데

사무실에 들아가면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무실에 들어가지 않고 계속 카운터에서 책을 읽었다.

너무 무서웠지만 사무실에 들어갔다가 또다시 그 남자가 나타날까 봐

도저히 사무실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계속 카운터에 있으니 더 이상 그 남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 끝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그 남자가 내가 그림을 그리고 숙식을 하는 강의실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야간 편들이라 끝나고 강의실로 돌아오면 피곤해서 바로 잠에 들었는데

자다 보면 누가 내 배 위에 올라가있는 강한 압박감이 들었다.

그래서 잠을 깨려고 눈을 뜨려고 하면 가위에 눌렸다.

어떤 할아버지가 죽어가는 목소리로 내 귀에 대고 조용히 노래를 불러댔다.

테이프가 늘어나는 듯한 소리를 내서 가사를 들을 수는 없지만

낮은 목소리로 귀에 대고 속삭이듯 그러니 너무 무서웠다.

 

 

 

 

 

 

게다가 가위에서 깨도 석고상이 떨어지거나

캐비닛이 뜬금없이 열리거나 등 뒤에서 그림자가 보이는 등

편의점에서 놈이 안 나타나면서 강의실에서 이상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편의점 근무교대를 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강의실에 도착을 했는데 내 자리에 누가 앉아서 그림을 보고 있었다.

동기라고 생각을 하고 신경 안 쓰고 내 자리 뒤에 침대에 몸을 뉘었는데

의자를 바라보니 의자에 아무도 없었다.

 

 

 

 

 

 

 

도저히 이대로는 장학금이고 나발이고 미쳐버릴거 같아서

 

편의점 사장한테 그만두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편의점 사장이 본인도 그 남자를 봤다는 것이다.

 

자기도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알바를 쓰면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그동안 미안했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화가나야 하는데 이상하게 사장이 불쌍해졌다.

 

그렇게 편의점을 그만두었고 그만둔 다음날부터 그 남자는

 

더이상 나한테 나타나지 않았고 가위도 눌리지 않았다.

 

 

 

 

 

 

 

내가 그만두고 나서 한가지 변화가 생겼는데 학교 앞 편의점은 새벽 2시까지만

영업을 하고 문을 닫고 오전 7시에 다시 오픈을 하는 식으로 영업방식을 바꿨다.

개학을 하고 나서 편의점에 가서 사장님께 그 남자가 보이냐고 물어봤는데

사장님도 이제 그 남자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렇게 끝났구나 생각을 했었는데 새벽에 대학교 교문에서

조용한 목소리로 테이프 늘어난듯한 웅얼대는 노래를 부르는

 

남자 귀신을 봤다는 소문이 학교에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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