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류탄

2017. 9. 8. 08:11범죄의 기억

 

내 후배가 군 생활할 때의 이야기이다.

 

이 친구가 일병 2호봉일 때 기존 부소대장이 전역을 하고

 

새로 부소대장이 왔는데 부사관 학교 졸업하고 갓 임관한 병아리 하사였다.

 

좀 찐다 같은 분위기에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

 

키도 작은 편에 왜소한 체격이라 운동에도 별 소질 없어 보였고

말을 잘 못 알아듣는지 선임 중사들에게 자주 털렸다.

 

 

 

 

 

 

 

그래도 이런 놈도 여자친구가 있어서 부대 적응한 후로는

 

만만한 일 이등병 대리고 지 여자친구 자랑을 했다.

 

그러나 온 지 한 3개월 됐나? 어느 날부터 인가 얌전하던 양반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눈에 독기가 차서 입 옆에 거품을 물고 지랄을 하는데

누구한테 진짜 인생에서 다시없을 정도로 털려서

속 안에 숨기고 있던 사이코패스가 각성을 한 분위기였다.

 

 

 

 

 


 

쓸데없는 상황에서 애들한테 지랄하다가 선임 부사관인 3소대 부소대장한테 털린 후

3소대 부소대장이 상담을 했는데 여자친구랑 헤어졌다고 한다.

 

하다 하다거지 같은 경우로 털렸던 소대 애들은 점점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뭐라고 할 수는 없어서 약간의 은근히 따돌림으로 무시하기 시작했다.

 

아마 이때 부소대장도 애들이 자신을 따돌림 시킨다는걸 인식을 했던거 같다.

 

 

 

 

 

 

부소대장이 헤어진 지 1주일 후 소대는 매복작전을 나가게 되었다.

 

수색지역을 이동하며 수색을 한 후 매복지에 호를 판 후 매복을 진행했다.

 

부소대장은 매복 진행 이후 자꾸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타났는데

 

눈에 고인 눈물을 보니 아마 헤어진 여자친구랑 전화를 하고 온 거 같았다.

 

야간까지 매복지에서 대기하는 동안 한 20번은 왔다 갔다 거린 거 같다.

소대장도 거슬렸지만 여자친구랑 헤어졌다고 해서 혹시 사고 날까 봐

그냥 참고 애들 통제하고 있었다.

 

 


 

 

어느덧 밤이 되어 부대에 복귀를 하기 위해 매복지를 정리하고 있었는데

 

뒤쪽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다.

 

놀래서 소대원들이 달려가보니 부소대장이 무언가의 폭발로 인해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만큼 온몸이 손상되어 쓰려져 있었다.

 

처음에는 무슨 지뢰인 줄 알고 근처 소대원들은 다들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소대장은 통신병이랑 앰뷸런스랑 폭발물 처리반 부르고 대대장한테 보고했다가 깨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헌병대 오고 공병대 오고 난리도 아니었고 폭발물 처리반이 터진 게 수류탄인 게

확인된 이후 전 소대원 공터에서 완전히 빨개벗고 소지품 검사를 당했다.




 

 

근처에 있던 소대원들과 소대장은 조사받으러 헌병대로 끌려가고

 

나머지 소대원은 부대로 복귀를 했다.

 

나중에 조사받고 복귀한 소대장이 이야기를 하는데 이놈 소지품에서

 

유서가 나왔는데 내용이 여자친구한테 자살할 거라 협박하며 

 

수류탄으로 죽으려 했는데 소대 애들하고 같이 죽으려 했다고 한다. 

 

그리고 소대원들이 죽은 이유가 바로 여자친구가 자기를 버렸기 때문이라고

 

다 여자친구 탓이라고 쓰여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죽기 몇 분 전 부소대장은 헤어진 여자친구와 통화를 했고 여자친구에게

소대원들이 죽는 이유는 너 때문이라고 협박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혼자 수류탄으로 폭사를 한 이유는 아직도 의문이다.

 

그냥 이건 후배의 추측인데 요즘은 훈련소도 사고 위험 때문에

기수별로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 수류탄 교육을 이론만 한다고 들었다.

 

아마 수류탄을 이론으로만 접한 부소대장이 제대로 사용법을 모른 체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거처럼 몇 초 쥐고 있다가 던진다는 게

시간을 잘못 계산한 거 아닌가 한다고 이야기했다.

 

 

 

 


 

나중에 부소대장 유족들이 와서 근무 중 사망했다고 국가유공자 신청해달라고

 

부대에서 떼쓰고 난동을 부리는 걸 보고 그 미친놈이 아무 잘못 없는

 

소대원들을 죽이려 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